"안녕하세요, 여러분. VIP자산운용 최준철 대표입니다. 오늘의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한 리딩방 운영자는 매일 저녁 참여자를 상대로 가치 투자 전략을 강의했다. 최준철 대표는 '가치주 투자의 대가'로 꼽힌다. 가치 투자란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장기 성장성을 갖췄으나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자칭' 최준철 대표는 가치주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급등주 프로젝트'를 열었다. 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 매수해야 할 급등주를 추천했다. 급등의 사전적 정의는 '물가나 시세 따위가 갑자기 오른다'다. VIP자산운용 최 대표가 중요시하는 가치주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7일에는 가온칩스 매수를 독려했다. 가온칩스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관련주로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추천 하루 전인 2월 6일까지 77% 이상 뛴 종목이다.
리딩방에는 바람잡이도 빠지지 않았다. "대표님 새해 선물이 과하네요"라며 수익을 인증하는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올라왔다.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투자자가 혹하지 않기 어렵다. 최준철 대표에게 직접 진위 여부를 확인해 봤다. '진짜' 최 대표는 "그런 방을 개설한 적이 없다"며 이미 신고를 마친 상태다"고 말했다.
고수익을 명목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리딩방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매수, 매도 종목을 알려주는 등 투자 조언을 하며 수익을 가져간다. 일부는 참여자 자금을 동원해 특정 종목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며 개인 정보를 요구해 또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선물 투자를 권유하는 리딩방도 있다. 투자를 원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 방 운영자는 전문가인 본인이 제공하는 홈트레이딩(HTS) 혹은 모바일트레이딩(MTS) 시스템으로만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방 참여자들이 전부 이용한다"고 답했다.
리딩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메시지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사이트 주소는 'hanhua', 사이트 이미지는 'HANWHA' 였다. 이용약관에 적힌 사명은 (주) HANWHA Global. 이번에는 한화 관계자에게 확인했다. 그는 "한화에 글로벌이라는 사업 부문이 있지만 저런 CI를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가짜 HTS 혹은 MTS에서 투자자가 거래하도록 한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전쟁을 선포했지만 리딩방 피해는 여전하다. 피해 액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리딩방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원금 및 고수익을 보장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사기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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