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협상 원한다"면서…"美, 우크라 지원 멈춰라" [종합]

입력 2024-02-09 14:10   수정 2024-02-09 14:1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주 안에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영상이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약 2시간짜리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자는 외침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 지도자에게 '당신이 군사 행동을 중지시키길 원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휴전 조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에 "러시아와 협상해서 합의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며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미국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싸움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라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전쟁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돼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선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해결하길 원한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전 초기인 2022년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마련한 문서를 놓고 휴전 협상을 타결 직전까지 진행했으나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개입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폴란드, 라트비아 또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을 침공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다른 주변국을 침공할 의향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도 드러냈다. 푸틴은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화한 것인 언제냐는 칼슨의 질문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했지만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진행자인 칼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한 관계를 맺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칼슨은 '트럼프의 입', '트럼프의 비선(shadow) 외교관'으로 불리는 인물. 해당 인터뷰는 그의 개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후 서방 언론과 최초로 인터뷰에 응하면서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칼슨 전 앵커와 인터뷰에 대해 "친미국적 매체지만 다른 서구 미디어와 달리 균형감을 유지한다"며 인터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칼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에 거듭 의문을 제기했고, 크렘린의 선전 내용을 여러 차례 반영했었다. 그는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키려 한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렀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폭스의 간판 앵커이자 친트럼프 진영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지만, 지난해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과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면서 폭스뉴스를 맹렬히 비난했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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