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놀러 온 中 MZ들 지갑 열어라"…파격 승부수 던진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입력 2024-02-11 13:18   수정 2024-02-11 14:15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53번 게이트 쪽으로 향하자 세 개의 팝업스토어가 등장했다. 이 중 니치향수 브랜드 ‘펜할리곤스’ 팝업스토어로 들어가자 직원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면 사은품을 준다"고 안내해줬다. 사은품은 한국 여행 테마로 특별 제작한 파우치와 스티커다. 해당 팝업을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체험을 동시에 노렸다.

오랜 기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와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에만 머물러있던 면세업계의 시선이 개별관광객으로 옮겨가고 있다. 내국인 전용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매장에 소비자 체험형 요소도 대거 도입하고 있다.
내국인 매출 비중 20%까지 올라
1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은 2조6859억원으로 전체의 19.5%를 차지했다. 전체 매출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8.0%)는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16.3%)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큰손'으로 떠오른 내국인 해외여행객을 사로잡기 위한 면세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12일까지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구매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기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LDF페이'로 최대 15만원을 돌려준다. 계속된 강(强)달러에 면세품 쇼핑의 매력이 떨어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다음달 3일까지는 '세뱃돈 이벤트'도 진행한다. 시내면세점에서 300달러 이상 구매한 내국인 고객 중 추첨을 통해 5명에게 LDF페이로 최대 200만원을 돌려준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15일까지 1달러 이상을 구매하면 100만원 상당의 골드바와 5만원 상당의 순금 코인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역시 내국인 여행객 대상이다. 특히 용띠 해를 맞아 명동점을 방문한 용띠(1952∼2000년생) 내국인 고객에게는 조건 없이 2만원 상당의 쇼핑지원금도 준다. 500달러 이상 구매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2만 포인트도 추가로 준다.

신라면세점은 12일까지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100달러 이상 구매고객 2024명을 대상으로 최대 777만원 선불카드 당첨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용띠 고객 대상 이벤트도 있다. 이달 말까지 용띠 회원에겐 시내점에선 1만포인트, 인천점에선 5000포인트를 준다.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내국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로 유커가 급감하자 유커의 빈 자리를 따이궁으로 대체했다. 따이궁을 사로잡기 위해 따이궁을 보내주는 여행사에 대가로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 수수료'를 앞다퉈 올렸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 10%대였던 송객 수수료는 2022년 40%대까지 올랐다. 유커에서 따이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긴 했지만 면세업계의 시선은 언제나 중국인과 '단체'에 머물러있었다.
외국인 개별관광객엔 K콘텐츠로 차별화
그런 시각이 변화한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확 바뀐 여행 트렌드다. 한국행 단체관광이 재개된 작년 8월 이후에도 중국인 여행객의 대다수는 유커가 아닌 ‘바링허우’(1980년대생)와 ‘주링허우’(1990년대생) 중심의 ‘싼커’(개별여행객)였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SNS를 통해 맛집을 찾고 여행지를 결정하는 자유여행 트렌드가 보편화됐다.

면세업계는 이 때문에 내국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개별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실제 개별여행객들이 면세점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올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183만원으로 2019년(104만 원)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대표적인 전략은 매장 내 체험형 요소를 더하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까지 운영한 샤넬 팝업스토어에 '네 컷 사진' 포토부스를 설치했다. 네 컷 사진은 최근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K콘텐츠'로 이름이 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에서 소비자 체험형 요소를 먼저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네 컷 사진의 경우 내국인 뿐 아니라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대만 1위 교통카드 운영사 이지카드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내면세점을 방문하는 모든 이지카드 회원에 마스크팩을 증정하고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50달러를 할인해준다. 대만 관광객들을 선점하겠단 취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대만 관광객은 96만명으로 전체 국적별 4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말부터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중국남방항공과 잇따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양사 마일리지 회원을 대상으로 등급에 따라 신세계면세점 멤버십 등급을 매칭해주고 구매 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면세업계가 해외 항공사와 전격적인 마일리지 제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무게중심이 유커에서 싼커로 옮겨가며 이들을 선점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거 특정 국가에만 쏠려있던 소비자들의 국적이 눈에 띄게 다양화되고 있다"며 "내국인 마케팅도 대폭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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