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진짜) 5G 구현.’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 28㎓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을 받아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된 스테이지엑스의 출범 일성이다. 스테이지엑스의 등장으로 2002년부터 이어진 국내 ‘통신 3사’ 구도가 22년 만에 바뀌게 됐다. 이용자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상반기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부는 일찌감치 해당 주파수 낙찰자에 제4통신사에 준하는 대우를 하겠다고 얘기해왔다. 첫날 742억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5일 차 밀봉 입찰을 거쳐 4301억원에 종료됐다. 최종 입찰액은 경매 시작가의 5.8배 수준이다. 통신 3사가 산 가격(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실익이 없어질 정도로 과열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이른 시일 내 주파수 할당 통지 및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무리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스테이지엑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한 컨소시엄이다. 자금 지원 목적의 재무적투자자로 신한금융그룹에 속한 신한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통신사가 새롭게 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독점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 부가가치를 높게 봤다는 뜻이다.
이 같은 그림이 실현된다면 속도와 처리량이 향상된 ‘진짜 5G’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신 3사가 사용 중인 5G 3.5㎓ 대역(100㎒ 폭)의 속도는 1.7Gbps(초당 기가비트) 안팎이다. 5G 28㎓ 대역(800㎒ 폭) 속도는 4.2Gbps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5G 속도보다 최소 2.4배 빨라진다. 2GB짜리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때 3.5㎓ 대역은 9.6초 걸리지만 28㎓ 대역에선 3.9초면 충분하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28㎓ 주파수로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속도는 5G 28㎓ 주파수 대역 망이 충분히 구축돼 있을 때 가능하다. 5G 28㎓ 주파수는 도달 범위가 상대적으로 짧다. 직진성이 강하지만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5G 28㎓ 주파수가 빠른데도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도달 범위가 짧다는 한계가 컸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많은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 비용 대비 사업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커버리지는 좁지만 인구 밀집 지역 등에서 초고속·초연결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 영상 전송 등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한 현장 위주로 공략하는 식이다.
서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에서 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본격 출시하며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수수료와 유통 구조를 바꿔 파격적인 가격의 요금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호갱(호구+고객)’이 없도록 고객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전국구 이동통신 사업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지국 장비를 구축하고, 5G 28㎓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추후 통신 3사로부터 3.5㎓ 망을 빌려 쓰는 공동이용(로밍) 대가 등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스테이지엑스는 28㎓ 주파수 지원 단말기를 전략적 제휴로 확보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폭스콘과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북미에 출시한 28㎓ 단말기가 국내에 도입되도록 과기정통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주주 구성 현황, 요금제 구상, 인력 계획 등에 대해선 “추후 사업설명회를 열고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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