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업무와 문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최근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전자문서도 문서이고, 종이문서를 전혀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양한 문서를 생성하다 보면 그 내용이나 명의인이 잘못 작성되는 경우가 있다. 문서의 내용이 잘못 작성되는 경우도 허위보고나 허위정보 제공 등의 법률문제가 생기겠지만, 문서의 명의인이 잘못 작성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대형사고이다. 그러한 작성행위가 형법상 범죄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사례를 자문하다 보면 징계대상자가 상급자의 허락없이 문서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의외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급하다는 이유로 본인이 임의로 판단하여 대표이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대표이사의 인장을 날인하여 회사명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행위가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를 구성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러한 비위행위에 대한 형사절차가 종료되지 않았거나, 종료되었을 때 벌금형 정도에 그친 경우 해당 비위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징계가 가능한지다.
상식적으로는 형사처벌까지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중징계가 가능하고, 나아가 해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법원 판례들을 보면 의외로 문서위조 행위에 대해 해고까지 인정한 판례가 많지 않다. 해고를 인정한 판결로는 재단 소속 직원이 자신의 배우자를 위해 출근부, 실습이수확인서, 실습생기본평가서, 사회복지현장실습확인서 등을 임의로 작성하고 도장 또는 직인을 찍는 방법으로 서류를 위조하고, 위조된 문서들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제출하여 배우자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한 사안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한 판결이 발견된다(서울행정법원 2018. 11. 8. 선고 2018구합63914 판결). 해당 사안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의 범죄사실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례는 상당수의 사례에서 해고는 과하다고 보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2016. 12. 23. 선고 2015가합62749 판결은 직원이 해외에 출장을 가면서 개인용도로 사용한 출장비를 마치 출장 목적에 맞게 사용한 것처럼 출장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담당자 결재란에 부하직원의 서명을 위조한 경우,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그 비위내용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직원의 평소 근무 태도 등을 종합하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았다.
서울고등법원 2015. 9. 10. 선고 2014누42218 판결은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 연장을 위해 등록금 납부확인서를 위조하고, 국제교육원 원장 명의의 재학 및 출석증명서를 위조한 사안에 대해, 범행의 외관이 무거워 보기는 하나 이 사건 대학교의 유학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범행에 이르게 된 점,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은 점, 등록금 납부확인서를 위조한 이외에 재학증명서 및 출석증명서도 위조하였지만 이는 별도의 범행이라기보다는 당시에 예정되었던 일련의 행위에 불과하므로 그 실질적인 위법성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형사재판에서도 제반 정상이 참작되어 벌금 200만 원의 형벌만을 선고하여 선처하였던 점 등을 징계양정의 판단에 고려하여, 해고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7. 선고 2016가합561337 판결은 직원이 상임이사회 회장 지시에 따라 상임이사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하여 회장 및 상임이사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한도 초과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한 사안에 대해, 해고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았다. 해당 사안에서 법원은 해당 직원이 비록 이 사건 회의록을 직접 작성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지시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비록 언론에 피고의 사문서 조작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어 피고의 대외적인 신용도 및 명예가 실추되었지만 이에 대하여는 해당 직원에게 이 사건 회의록의 작성을 지시한 상급자의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는 점, 해당 직원이 이 사건 회의록을 허위 작성함에 따라 얻은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이익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징계양정 판단에 고려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결국 법원은 허위문서 작성 및 문서 위조의 동기, 문서위조에 따른 형사처벌 여부 및 그 형량, 행위자가 위조행위로 인해 얻는 경제적·비경제적 이익 및 위조행위에 대한 상급자의 지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양정을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판례는 문서위조나 행사가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중대한 비위행위임에도 해고까지 나아가는 경우 이를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서위조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해고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징계를 실시할 때에는 위에서 본 고려사유 외에도 아래와 같은 몇가지 사유를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징계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고려사유들은 징계를 한 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징계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경우에도 주장할 수 있는 논거가 될 수 있다.
첫째, 범행수법이다. 문서위조는 범행수법이 다양하다. 적극적으로 문서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고 도장까지 날인을 하는 경우도 있고, 문서내용은 허위가 아니지만 도장을 함부로 날인하는 경우도 있고, 도장 자체를 위조하여 날인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적극적인 위조행위가 수반된 경우에는 중한 징계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위조행위의 결과이다.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징계행위로 인해 생기는 변화가 크다면 중한 징계를 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영웅심리에 빠져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한 내용의 문서를 만드는 사례들도 많이 발견된다. 그러한 문서작성의 결과가 회사의 심각한 제도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단순히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경징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셋째, 문서위조 행위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만약 문서위조로 인해 회사가 경제적 불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중징계가 가능하고, 이러한 점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위조된 명의인을 고려하여야 한다. 직속상관의 명의문서를 위조하는 경우보다 조직의 수장인 대표이사의 명의문서를 위조하는 행위를 더욱 중한 징계에 처하여야 할 것이다.
징계양정은 결국 해당 비위행위로 인해 기업질서가 얼마나 교란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질서는 기업 업무 흐름의 핵심이 공격을 받을 때 가장 심하게 교란되는데, 그 핵심은 결국 돈과 문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례는 소액의 금전을 횡령한 경우에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 기업내부의 금전적인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돈 문제와는 달리 문서위조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업 업무에서 문서의 중요성에 주목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문서위조나 행사에 대해서는 중한 징계가 필요하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문서위조 행위를 이유로 하는 징계의 정당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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