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8차로에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시간상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시내버스 기사 A씨(7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일 오후 10시 35분께 인천시 부평구 도로에서 버스를 몰다가 B씨(42)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왕복 8차로에서 시속 51∼53㎞로 버스를 운행하다가 보행자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들이받았다. 도로에 넘어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발성 외상 등으로 끝내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업무상 과실로 B씨를 숨지게 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 의뢰로 사고 상황을 분석한 도로교통공단은 당시 주행속도로 운전할 때 사람을 발견한 뒤 곧바로 정지할 수 있는 거리를 33.3m로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B씨를 발견했을 당시 차량 위치와 충돌 지점까지 거리는 22.9m에 불과했다.
이를 토대로 도로교통공단은 A씨가 B씨를 인지한 시점에 급제동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고 진행 방향 좌·우측에 다른 차량이 있어 방향을 꺾을 수도 없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했다.
김 판사는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A씨는 운전 중 앞을 계속 주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지거리를 고려하면 그 지점에서 피해자를 인지해도 사고를 피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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