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중국 축구 대표팀은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A급 감독과 선수를 영입해 2050년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중국의 '축구 굴기(?起)'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축구의 고질병은 비리입니다. 감독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출전 선수를 지정하거나 승부조작을 청탁하는 비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충칭의 별'로 알려진 축구 감독 이장수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부리그에 머물던 광저우 헝다 구단을 지휘해 1부로 승격시키고, 승격한 해에 1부에서 우승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당시 헝다 구단주 쉬자인 회장은 중국 고위층이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그를 영입했습니다. 뛰어난 성적을 낸 이장수 감독에게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면서 양해를 구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프로축구 구단주들이 해외로부터 감독이나 선수 영입 경쟁을 한 것은 중국 정부의 '축구 굴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헝다는 한 손에 꼽는 부동산개발 업체로 부상했고, 구단을 호화롭게 운영했습니다. 축구에 쏟아부은 돈은 결국 기업을 부실로 몰고 가는 데 일조했습니다.
코로나19, 고령화, 부동산값 폭등, 완만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중국 부동산 수요는 꺾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20년 이상 지속됐던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주택 재고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몇몇 도시를 제외하면 1~2선 도시는 물론 서부와 동북 지역 등지 주택의 공급과잉과 공실률은 심각합니다. 1선 도시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를 일컫습니다. 2선 도시는 각 성의 수도인 성도급 도시를 뜻합니다.
중국 개발상인 헝다가 최근 청산 명령을 받은 가운데 다른 대형 개발상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는 소문으로 시장은 흉흉합니다. 미분양이나 공실 아파트가 수억 가구에 달하느니 확인되지 않은 부정적 소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은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개발상은 자기자본 대신 부채와 레버리지를 키워 투자해왔습니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모두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부동산 침체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 기조는 과열 방지에서 과냉각 방지로 전환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주택 거래 제한 폐지, 보조금 지급, 개인소득세 환급 등 600여 가지의 다양한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관망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정책의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주택 재고 해소를 위해 2014년 부동산 침체기에 출범했던 담보보완대출(PSL)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PSL은 인민은행이 특정 분야에 지원하는 중장기 저금리 대출입니다. 올해 PSL 예상 규모는 5000억~1조위안(약 92조~184조원)입니다. 자금은 노후주택 철거와 공공임대주택 마련을 위한 미분양 주택 구매 및 도심 노후주택 매입에 활용됩니다.
아울러 중국은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상품주택 시장이 병존하는 싱가포르식 주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은 공공주택(HDB flats)을 개발·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득층과 가계를 대상으로 저가 임대주택, 저가 판매 주택, EC(Executive Condominium) 등을 제공합니다.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은 기존 착공한 분양주택 준공 압력과 만기 채무 상환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신축 주택 판매가 부진하고 외부 차입이 원활치 않은 가운데 준공 부담이 커 민영 부동산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거래 제한을 폐지한 가운데, 1선 도시인 광저우도 대형 평수 주택의 구매 자유화를 시작했고, 다른 지역으로도 점차 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시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애 첫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80%, 2주택은 70%로 완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경기 상황을 후행 반영합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울러 중국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에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으나, 빈집이 너무 많아 최대 10년이 걸릴 것으로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강화하며 지속해서 부동산 부양책을 쓰겠지만, 이러한 정책이 부동산 침체를 막고 반등의 계기가 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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