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투자업계 간담회. 벤처캐피털(VC) 대표들이 출자자(LP) 모집에 대한 어려움을 쏟아내자 오 차관이 보인 반응이다. 이날 간담회엔 운용자산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중대형 VC부터 1000억원 미만의 소형 VC까지 투자사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VC 대표들은 얼어붙은 시장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작년에 LP를 찾는 데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았다”(안신영 에이스톤벤처스 대표), “자체 조사 결과 주요 금융지주사의 벤처투자 예산이 5분의 1토막 났다”(권준희 하이투자파트너스 대표), “세수 부족 사태를 고려하면 올해가 가장 LP들을 보기 힘든 시기가 될 것”(나종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우려가 이어졌다.
소형 VC들의 위기감도 감지됐다. 투자시장이 경색되면서 민간 LP들 사이에서 검증된 큰 펀드에만 출자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졌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한 소형 VC 대표는 “프리IPO 라운드에 투자하는 펀드에 참여해야 직원도 더 뽑고, 위탁운용사(GP) 출자도 할 여유가 생기는데 중소형 VC는 기회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중기부는 이날 VC 대표들 앞에서 기존 모태펀드 본예산에 올해 회수 재원까지 더한 9100억원을 1분기에 한 번에 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벤처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아 최대한 빨리 풀겠다는 것이다. GP사 선정 때 펀드 결성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펀드 결성이 늦어져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VC 대표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한 투자사 관계자는 “중기부가 회수 재원까지 더해 자금을 풀겠다고 하지만 예년에도 활용됐던 자금”이라며 “대통령실에 보여주기 위한 숫자 부풀리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날 VC 대표들은 벤처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해외 금융 연계, 데이터 활용 등을 제안했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벤처 투자는 한국 성장을 이끌 혁신 자금이다. 투자가 멈추면 창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국가 성장동력도 꺾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규모 정책 자금을 풀 수는 없더라도 규제 완화와 펀드 데이터 활용, 해외 LP 발굴 등으로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 ‘보릿고개’를 견디고 있는 투자사 대표들의 호소와 제언을 정부가 곱씹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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