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임윤찬·손열음…정상급 독주회 '러시'

입력 2024-02-12 17:25   수정 2024-02-13 00:28


오케스트라가 현악 및 관악 등 다양한 악기군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우주’라면, 피아노 연주는 열 손가락이 88개의 건반 위에서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협력과 조화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데 비해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한 연주자의 개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지난해가 세계 3대 악단을 비롯해 유수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몰린 ‘오케스트라의 해’였다면, 2024년은 ‘피아니스트의 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조성진·임윤찬을 비롯해 손열음·김선욱·백건우 등 국내외 정상급 피아니스트들의 솔로 무대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오케스트라가 절대 표현하지 못하는 아주 기민한 움직임, 극도의 섬세한 사운드 등 피아노만이 가능한 소리가 매력 요소”라고 말했다.
올해는 피아니스트의 해
올 상반기에는 한 달 간격으로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리사이틀이 이어진다. 이 중 하나는 이달 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라파우 블레하츠(39)의 리사이틀이다. 블레하츠는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에 이은 폴란드 태생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 젊은 쇼팽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정석적인 해석으로 ‘21세기 쇼팽’으로 불리는 그는 이번 내한에서 쇼팽,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등의 작품을 들려준다.

3월에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2009)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한 쓰지이 노부유키(36)가 13년 만에 내한한다.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장애를 앓는 그는 ‘기적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인물. 밴 클라이번 콩쿠르 당시 경연장에 부축받으며 등장했지만, 피아노 앞에서만큼은 어떤 연주자보다도 최고의 연주력을 뽐내며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쇼팽, 드뷔시, 라흐마니노프를 들려준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대를 갖는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최초로 전 부문 그랑프리(전체 대상)를 수상한 그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를 차지하며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작곡 활동까지 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그가 4월 한국을 찾는다.

6월에는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조성진과 임윤찬의 독주회가 예정돼 있다. 조성진은 광주와 강릉에서, 임윤찬은 대구에서 독주회를 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임윤찬의 독주회는 지난 6일 티켓 예매창을 열자마자 곧바로 대구콘서트하우스 1000여 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본업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올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김선욱(36). 그의 피아노 연주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7월 김선욱의 독주회를 기대하면 된다. 그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릴 만큼 정통파 연주자로 손꼽힌 바 있다. 지휘를 통해 넓어진 음악적 시야가 그의 피아노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연주와 기획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올해 9월 리사이틀로 관객을 찾는다. 지난해 5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투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한 그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관객과 호흡할 예정이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그랑프리 우승자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7)도 한국을 찾는다. 국내에서 독주회를 여는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11월에는 ‘러시아 피아니즘의 대가’ 니콜라이 루간스키(52), ‘가장 몸값 비싼’ 피아니스트 랑랑(42), 임윤찬의 스승이자 미국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 교수 손민수(48)가 독주로 관객을 만난다. 루간스키와 랑랑은 지난해 각각 KBS 교향악단과 빈 필하모닉 협연자로 한국을 찾았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모차르트를, 손민수는 바흐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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