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아버지에 월급 '펑펑'…회삿돈 빼돌린 회계사들

입력 2024-02-13 14:54   수정 2024-02-13 14:59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고령의 부모·형제 등 가족을 회계법인 직원으로 채용해 가공 급여를 지급해온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감사인 감리 대상 중소형 회계법인 12개사에 대해 점검한 결과 10개사의 회계사 55명이 가공 급여, 허위 수수료 지급 등으로 50억4000만원가량을 부당하게 거래한 것을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회계법인 감리 과정에서 소속 공인회계사의 배우자 등 특수관계자를 이용한 부당한 거래 혐의를 발견하고, 유사사례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A회계법인 소속 이사는 81세 아버지를 거래처 관리 담당 직원으로 고용해 총 8300만원의 가공 급여를 지급했다.

B회계법인에서는 소속 이사가 동생을 운전기사로 고용하고 5700만원의 가공급여를 지급했고, C회계법인 소속 이사는 71세 어머니에게 사무실 청소 명목으로 4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들 모두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빙이 없어 허위로 소득을 지급한 경우였다.

소속 회계사 또는 본인의 가족이 임원이나 주주인 특수관계법인(페이퍼컴퍼니)에 용역을 의뢰하고, 용역을 받지도 않은 채 수수료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D회계법인 이사는 금융시장정보 제공회사에 가입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시장정보를 본인이 이사로 등재하고 있는 페이퍼컴퍼니로부터 1억7000만원에 입수했다. E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비상장주식의 매각 성공보수 5억2000만원을 페이퍼컴퍼니로 수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인회계사의 횡령·배임 혐의는 수사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공인회계사법 및 대부업법 위반 혐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지방자치단체 등 소관 기관에 통보했다"며 "상장법인 감사인등록요건 위반사항은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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