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3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김성태 전 의원 '컷오프'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시절 김성태 전 의원과 당을 함께 이끌었던 홍 시장은 "김성태를 저런 식으로 내버리면 앞으로 이 당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할 사람은 없어진다"고 일갈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과 관련해 두 번의 글을 올리며 당의 공천 과정을 지적했다.
그는 "짜인 각본을 시스템 공천이라고 우기면 차후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할 사람은 없어진다"면서 "김성태 한명 잡기 위해 시스템 공천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의신청 받아들이시고 경선으로 후보 정하시는 게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지금 지도부에 이 당을 위해 김성태만큼 헌신과 희생을 한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내던 지난 2018년,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서 이를 관철한 바 있다. 드루킹 특검은 대선 불법 댓글 여론 조작을 밝혀내면서 문재인 정권이 무너지는 시초가 됐다.
홍 시장은 "이 당은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나쁜 전통이 있다"면서 "황교안 (대표) 때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다가 참패당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내에서 커 올라간 사람들이 당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우리 당은 이미 외부에서 만들어진 셀럽을 데리고 와서 선거 때 적당히 써먹고 버리는 전통이 있다"며 "지난 대선에는 요행수로 성공하긴 했지만 앞으로 있을 총선도 그 요행수가 통할까요?"라고 했다.
그는 "굴러온 돌이 완장 차고 박힌 돌 빼내는 공천은 당의 결속력을 잃어버려 그래도 힘든 선거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당하자 '친윤 공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있는 소위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정치보복의 함정에 빠진 것이 공천 부적격 사유라면, 삼청교육대 출신 '핵관'은 공천 적격 사유라도 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그러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우리가 도입한 시스템 공천 과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당 후보로서 김성태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컷오프'를 공식화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은 보수정당에서 사실상 최초로 시스템 공천을 시작했다"며 "공천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고 아쉽지만 탈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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