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은 꼬마비 작가가 2010년부터 1년간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인생 웹툰’으로 꼽는 대작이다.
원작으로부터 달라진 점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명확하다. ‘네컷만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만화 그림체가 잔혹한 스릴러의 탈을 썼다. 존속살인, 리벤지 포르노, 소년범 등 자극적인 범죄 현장을 만화적인 히어로 액션과 누아르를 오가는 다양한 형식으로 연출했다. 원작 만화는 현재 15세 관람가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시대상이 반영된 점도 소소한 볼거리다. 한심한 학창 시절을 보내던 주인공 ‘이탕’(최우식)이 훔친 친구의 MP3도 드라마에선 ‘태블릿PC’로 바뀌었다. 이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번째 희생자 ‘선여옥’(정이서)이 입막음의 대가로 요구한 돈의 액수도 원작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 10년간 오른 물가와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겠다.
극에서 악인 중 한 명인 형성국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루머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뒤로 넘긴 백발의 머리 스타일, 안경을 쓴 모습 등이 이 대표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가 달고 있는 죄수번호 4421번이 대장동에서 제일건설이 올린 수익금 4421억원과 같고, 초밥을 배달해 먹는 장면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비슷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손녀 이름이 ‘형지수’라는 점도 뭔가 꼬집고 싶은 내용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사소한 차이와는 별개로, 원작 특유의 밀도 있는 전개는 그대로다. 이탕과 장난감을 포함해 주요 등장인물은 이탕의 조수 ‘노빈’(김요한)과 이탕보다 한껏 잔혹한 방식으로 악인을 처단하는 ‘송촌’(이희준) 등 네 명이 전부다.
이들의 상충하는 정의관은 끊임없이 ‘죽어 마땅한 자’를 규정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쳐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미쳐야 한다”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입장에 공감할 무렵, 극악무도한 악인들의 등장이 이런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서 살라”며 장난감이 이탕한테 건네는 마지막 대사가 모호한 여운을 남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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