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납품을 매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둘 사이에 최근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올트먼이 2~3개월 전부터 공개적으로 ‘탈(脫)엔비디아’를 언급할 정도다. 최근엔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등 오픈AI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7조달러(약 9300조원)를 유치할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젠슨 황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핵심 고객사인 오픈AI가 떨어져 나가면 시장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공개 대응을 자제하던 젠슨 황도 최근엔 올트먼을 견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시가총액 2조달러(약 2700조원)를 향해 순항하던 엔비디아가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은 연초 이후 이날까지 49.9%, 최근 1년은 231.6%에 달했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가 ‘생성형 AI 서비스의 필수품’ 자리를 차지한 영향이 크다. AI 가속기는 대용량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붙여 제조한다. 가격이 개당 4만달러(약 5300만원)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94%(2024년 전망치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2022년 대비 118.6% 증가한 589억달러(약 78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공개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가 대표적 사례다. AI에 유전자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켜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게 목표다. AI를 활용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플랫폼도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벤츠 등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이 고객사다.
올트먼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는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엔비디아의 ‘A100’ 가속기 1만 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큰손’ 오픈AI의 이탈은 엔비디아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도 엔비디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올트먼의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엔비디아로선 ‘불행 중 다행’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황정수/김인엽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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