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100일…변동성만 키우고, 주가 부양은 미미

입력 2024-02-13 18:11   수정 2024-02-14 02:00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 100일 동안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부양 효과도 미미했다. 투자자들이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거래를 줄여 애초 공매도 금지 취지가 무색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경제신문이 공매도 금지 100일을 맞아 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 금지 전후 일간 변동성에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해 11월 6일부터 이날까지 일간 변동성은 유가증권시장 1.19%, 코스닥시장 1.50%로 분석됐다. 이는 작년 초부터 공매도 금지 직전까지 일간 변동성에 비해 각각 0.29%포인트, 0.0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높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변동성이 종전보다 더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간 변동성은 특정 기간의 하루 주가 등락률을 종합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기간 평균보다 주가 변동폭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증시 변동성 축소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코스피지수는 공매도 금지 이후 이날까지 5.89% 올랐지만 뒤늦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대거 오른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 3일부터 8거래일 연속 내려 이 기간 8.76% 급락했다. 이후 2400선을 위협받다가 지난달 18일 반등을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는 공매도 금지 이후 0.6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말 장중 800선이 무너졌다가 이날 2.25% 급등하면서 가까스로 공매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이 16조원어치 넘게 내던지며 시장을 떠났다. 코스닥시장에선 기관투자가가 2조50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공매도 비중이 높던 종목이 예상과 달리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주요 종목 가운데 공매도 금지 기간 20% 안팎 급락한 종목이 수두룩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주인 포스코퓨처엠(-21.03%),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21.27%), 엘앤에프(-23.81%) SKC(-13.34%) 등이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이 기간 에코프로(-23.31%), 에코프로비엠(-19.73%) 등이 부진했다.

2차전지 관련주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잔액 비중이 각각 1948억원과 487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 2위였던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13.81%, 21.58%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선 의료용품·바이오 업체인 휴마시스(-25.88%), 에스티큐브(-28.78%)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차후 공매도 재개 때 한꺼번에 공매도 주문이 몰리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공매도 금지는 순기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정책”이라며 “공매도 재개 시점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연기에 이어 오는 2분기 수출 지표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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