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틀었는데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게 중국산(産)이 맞나 싶다. 화질과 음질 모두 삼성 LG에 뒤지지 않는다.”
얼마 전 중국 가전업체 TCL의 초고화질 85인치 TV를 구매한 직장인 A씨는 “국산 60인치대 TV에서 갈아탔는데, 아주 만족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초대형 TV, 로봇청소기 등 중국산 고가 가전이 한국 가정에 침투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 품목이 보조배터리 등 값싼 소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첫 번째 인기 비결은 품질이다. TCL의 QLED TV 85인치 제품(모델명 C645)은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통한 화질 개선, 고화질 영상 솔루션인 HDR10+ 등 같은 크기의 삼성 LG 제품에 있는 기능을 거의 다 갖췄다. 그런데도 무게는 36.5㎏으로 삼성(41.5㎏)과 LG(45.2㎏)보다 가볍다. 여기에 최고급 입체 사운드인 돌비앳모스를 장착했다. 두 번째 인기 비결은 가격이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169만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국산 제품(약 250만원)보다 훨씬 싸다.
중국 드론업체 DJI는 한국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공공안전 분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일반 PC보다 높은 사양이 필요한 게임용 PC 시장은 중국계인 레노버(점유율 11.5%)와 에이수스(17.6%)가 미국 HP(14.2%)와 경쟁하는 형국이다.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산요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중국 1위 가전업체 하이얼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산 가전제품의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도 강해지고 있어서다. TCL의 TV(모델명 QM8)와 로보락의 로봇청소기(Q5 시리즈)는 뉴욕타임스 제품 리뷰 서비스인 와이어커터에서 올해 추천 상품으로 선정됐고, TCL의 사운드바(S6)는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어워드에서 제품 디자인 부문 상을 받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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