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어쩌나…"초콜릿 너무 비싸다" 초비상

입력 2024-02-13 13:56   수정 2024-02-13 14:09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초콜릿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초콜릿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제과 기업들도 인력을 감축하고 가격을 높이는 중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레더라흐부터 허쉬까지 유명 초콜릿 상점들이 몰려있는 7번 애비뉴에서 만난 에질바 브루익(41)씨는 “아이들에게 나눠줄 초콜릿을 사러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나왔다”며 “작년보다 가격이 10~20% 정도 오른 것 같아 가격이 싼 걸 고르거나, 선물 박스에 넣는 양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만기 코코아 선물 가격은 10t에 5860달러로 1년 전보다 두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초콜릿 제품에 들어가는 버터 가격과 가공 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도 함께 올랐다. 리서치업체 코뱅크의 수석 식음료 이코노미스트인 빌리 로버츠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소매 초콜릿 가격이 2년 동안 약 17% 올랐으며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초콜릿 전문 기업 허쉬의 미셸 벅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코코아(가격 급등)는 올해 (허쉬의) 수익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허쉬의 제품 가격은 4분기에 6.5% 상승했으며, 2023년 북미 지역의 제과 초콜릿 및 기타 캔디 제품 가격은 9% 올랐다. 그럼에도 허쉬는 비용 상승 문제로 인력의 5%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상 기후 현상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지난해 가뭄을 겪으면서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검은꼬투리병이 유행한 것도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코코아 작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한때 코코아 수출 계약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CNN은 기후 변화로 인해 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과 관련해 형성된 생산-운반-수출 등으로 이뤄진 가치사슬에서 약 5억 29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선 가격 인상에 따라 초콜릿 소비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제과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92%가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과 사탕을 나눌 계획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때 올린 초콜릿과 사탕 관련 매출 40억 달러를 올해도 유지하거나 더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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