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4일 09: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고전 문헌에 나오는 고사성어인 ‘미우주무(未雨綢繆)’는 ‘비가 내리기 전에 새가 둥지의 문을 닫아 단단히 얽어 매다'는 뜻이다.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이는 개인 생활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 국가 경영, 군사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며, 위기 관리와 예방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달, 국내 건설시공능력평가 16위 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급격한 고금리 전환의 여파가 경기 변화에 취약한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몰아친 셈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안정적인 현장만 수주하며 탄탄하다고 평가받던 태영건설마저 급작스런 구조조정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모회사인 TY홀딩스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룹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결국 에코비트 및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한 빚 탕감에 이르며, 태영그룹은 1973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구조조정 과정에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을 넘어서 자원의 전략적 재배치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효율성 향상,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포함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을 총망라해 ‘기업 개선 작업’ 또는 영어로 '워크아웃(workout)'이라 부른다. 불필요한 군살을 뺀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오너의 경영권 집착, 평판 리스크, 단기간 사업 확장으로 인한 성장통 등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하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사후 단계에서는 워크아웃, 법정 관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 경제적 비용이 크고 이해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적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사전적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자가 진단을 통해 부실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저효율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수합병(M&A), 해외 사업 진출, 사업 제휴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사회 경제적 비용을 낮추고 자본 시장 내 기능, 특히 사모펀드를 활용해 사업 재편 등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수행한다.
구조조정 및 M&A 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 기업들이 시장 변화와 내부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미우주무'가 강조한 예방적 대응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 기업들은 시장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비해 유연성을 갖추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사전적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로 D사를 들 수 있다. D사는 선박엔진 및 기자재를 조선사에 납품하는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자 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D사는 그룹 내부 경영 진단을 통해 그룹의 발전 방향성을 명확히 했고, 이를 바탕으로 저속·중속 엔진사업부와 디젤발전사업부 등을 과감히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또한 비영업 자산은 기존 그룹사와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런 조치를 통해 D사는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부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반도체, 2차전지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사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사전적 구조조정의 검토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 진단을 통해 기업 전반의 주요 이슈와 개선 과제를 식별한다. 둘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및 유지 전략을 재설정하고, 재무적 효율성과 운영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셋째, 거버넌스 측면에서 조직의 구조 변화, 예를 들어 분할이나 합병 등을 고려한다. 넷째, M&A 및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 재편을 실행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처럼, 일이 잘못된 후에는 손을 써도 소용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선제적이고 사전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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