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장관급)에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된 것을 본 한 산업부 관계자는 "저출산고령위 공무원들의 출산율부터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부의 변화를 강력히 주문하면서 출산율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빠른 속도로 걷어낼 것이란 예측이다.
기재부에서 그의 별명은 '불도저'였다.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일을 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빗댄 별명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차관보로 일하며 '배추 국장', '무 과장' 등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한 것이 '불도저'의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 일화로 꼽힌다. 주 당시 차관보는 매주 1급 물가안정책임관회의를 가동해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은행제도과장 재임 시절에는 은행 소유구조 개편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능력을 인정받았고 서울은행, 외환은행 구조조정도 그의 손을 거쳤다. 대외경제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신설하기도 했다.
주 부위원장이 기재부 국장일 때 함께 일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주 부위원장은)관계부처간 회의를 하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끝냈다"며 "보통은 부처의 의견이 서로 달라 합치가 안될 때가 많은데, (주 부위원장이) 회의를 하면 어떻게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어르고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하게 의견을 관철시키는 등 일의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저출산고령위가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주 부위원장이) '그립감'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이내에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예측이다.
출산율이 0.6명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저출산고령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력이 강한 주 부위원장을 전격 발탁했다는 게 관가 안팎의 의견이다.
앞서 저출산고령위는 대체로 정치인이나 교수 등이 맡았다. 실제 정책을 만들어야하는 관료들과 별다른 접점이 없어 의견을 내더라도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한경과 만나 "차라리 예산권이 있는 기재부 예산실이 저출산 정책 주무부처가 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저출산고령위 관계자는 "그동안 위원회가 정책 제언을 하더라도 부처에서 움직이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며 "(주 부위원장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도 "저출산고령위가 복지부, 기재부 등 다른 부처와 협업할 때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근혜 정부 때 산업부 장관을 지낸 후에는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 상당 기간을 지냈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업무 감각에 대한 우려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 2017년 퇴임 이후 공직과는 거리를 두고 활동했다. 서울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동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 등을 맡았다.
저출산고령위 내부에서는 주 부위원장이 취임 후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 부위원장의 강한 추진력이 위원회 조직에서 발휘될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기재부에서도 주 부위원장에 대해 "탁월한 업무 추진력으로 상사들은 좋아했지만 부하들은 모시기를 꺼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주 부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할 수 있는 분량만큼 일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실효성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려서 집중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혼인을 안하고 첫 아이를 안낳는 것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라며 "취업, 주거, 양육비 부담 등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손을 대겠다"고 했다.
강진규/황정환/허세민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