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종목형 ELS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삼은 LG화학, 네이버, 이마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3년 전에 비해 크게 하락한 탓이다. 만기 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트루 14030회 ELS'는 오는 4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발행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SK하이닉스와 네이버다. 작년 10월께 녹인(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다. 당시 네이버 주가가 발행시 기준가(38만500원)의 48%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2021년 상반기 발행한 종목형 ELS 중 14개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대부분 LG화학, 네이버, 이마트, 아모레퍼시픽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상품이다. 이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적게는 1억원대부터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발행금액은 다양하다.
녹인구간에 진입했다고 반드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계약 기간 중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더라도 만기일에 특정 조건을 충족한다면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된다. 반대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ELS는 보통 만기를 3년으로 발행되는데, 최초 발행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평가를 진행한다. 이때 기초자산의 가격이 기준치를 밑돌면 조기 상환은 이뤄지지 않고 6개월 뒤 다시 상환 여부를 가늠한다. 기준치는 상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트루 14030회 ELS' 투자자가 4월 만기 때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네이버 주가가 28만5375원을 넘으면 된다. 그러나 네이버 주가가 20만원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 안에 40% 이상 급등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며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네이버 주가에 부담이 된다. 네이버와 같은 성장주는 기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8.5%를 기록했다.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33.9%에 달했다. 6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72%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날까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0%에 달했으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주가가 급등해야만 기준치를 맞출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20679회 ELS', '신한금융투자 20815회 ELS'는 아모레퍼시픽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는데, 각각 3월과 4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만기 시점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8만375원, 18만4100원을 웃돌아야만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주가에 비해 50%가량 높은 수치다. 두 상품의 총 발행가액은 4억7100원 상당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월 ELS 조기 상환 실패 금액 중 약 69%에 홍콩H 지수가 기초자산에 포함되어 있는 가운데 나머지 31%는 대부분 LG화학 등을 포함하고 있는 종목형 내지는 혼합형 ELS"라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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