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진·70)는 과학계 인플루언서(대중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의 '원조'다. 동물의 행동과 진화를 연구하는 그는 신문 칼럼과 강연 등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동안 그가 번역하거나 직접 쓴 책을 모두 합하면 무려 100권이 넘는다.
최 교수가 최근 발간한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그동안 그가 꾸준히 자연 생태계로부터 인류가 배워야 할 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온 것의 연장선에 있다. 2013~2021년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 등을 엮어 만든 에세이집이다.
14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강연을 녹취한 것을 글로 옮긴 것이다 보니 처음부터 글로 쓴 책보다 좀더 튀는 부분도 있어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삶을 "열심히 베끼자"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자연의 진화과정이나 화합물, 생체구조 등을 모방해 인간 삶에 응용하는 '의생학'이란 학문을 주창하기도 했다. 그는 "몇몇 식물들이 씨앗을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이동시키려고 고안해 낸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 찍찍이(벨크로)고, 이것이 의생학의 대표 사례"라며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가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통해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 농사를 짓고 대규모 전쟁도 일으킬 줄 아는 개미를 비롯해 수천, 수만 년의 진화를 거치며 사회를 유지해 온 동물 사회가 인간보다 더 지혜로울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동물 사회 관찰을 통해 만들어진 '불평등 이론'에 따르면 무리에서 권력을 차지한 우두머리 수컷은 다른 수컷들에게 먹이 등을 일정 부분 배분해줌으로써 자기 권력을 유지한다"며 "인류가 간과하고 있는 나눔의 미덕을 오히려 동물이 더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류가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생(symbiosis)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 용어로,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종과도 공생하는 인간을 뜻한다.
최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다'란 제목의 영상에선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꼬집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얼마 전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다음 책은 토론과 숙의 문화를 주제로 다루는 책이 될 것"이라며 "사회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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