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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조선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해군력을 급속하게 키워 이제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조선업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해군력을 쫓아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중국의 세계 상업용 선박 생산 점유율이 51%로 절반을 넘었다고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상업용 선박 생산 점유율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2년엔 8%에 그쳤으나 2020년 38%, 2021년 42%, 2022년 48%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컨테이너선·유조선·벌크 화물선·여객선 등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건조된다는 의미다. 중국 다음으론 한국이 26%의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고, 일본은 14%를 차지했다. 유럽은 5%에 불과했다.
WSJ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조선업은 쇠락의 길을 걷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토마스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미국 조선업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중국이 해양 강국으로 변모하는 역사적 전환의 상징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조선업은 평시에는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전시에는 경쟁국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상선 건조 능력은 군용 선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성장은 미국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군사 전략가들은 조선업 강점을 활용해 세계 최강 수준의 해군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 중국의 파워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만과 통일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장 큰 야망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미국은 군용 선박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들은 채산성을 이유로 상선 건조하지 않고 미 해군을 주요 고객으로 정부가 발주한 군함·잠수함 등의 군용 선박만 건조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반적인 조선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미국은 함정 보유 숫자도 중국에 밀린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370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435척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경찰 선단과 정부 통제를 받는 상선 등을 활용해 남중국해 등에서 장악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미군은 현재 292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2045년까지 350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전히 중국에 열세다. 물론 미군의 압도적인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력 등을 고려할 때 미·중 해군력 격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막강한 조선산업을 바탕으로 적시에 필요한 연합군 군함 등을 건조해 독일 등 해군력을 압도할 있었다면서, 이제는 중국이 전시 체제에서 특화된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상업용·군용 선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문이다. 매튜 푸나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 조선소들의 상선과 군함 건조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외국 기업이 중국에 선박 건조를 주문하면 그 수익금이 결국 중국 군함 건조에 쓰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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