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노동부 정원이 지난해에 비해 300명가량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앙부처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특히 부처의 ‘허리’ 격인 5급 사무관과 4.5급 행정사무관(무보직 과장) 등이 44명이나 줄어들면서 지방고용노동청 등의 임금체불, 근로감독, 중대재해 대응 등 현장 업무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체 289명, 관리자급 44명 날아갔다
15일 ‘2024년 고용노동부 공무원 정원배정표’에 따르면 고용부 정원은 지난해 8487명에서 올해 8198명으로 289명 가량 줄어들었다. 공무원 정원 감축을 기조로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도 전체 부처 중 최다 감소폭이다. 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분야는 국민취업 지원제도 시행에 따라 한시 정원으로 늘렸던 ‘고용’ 분야다. 지난해 4239명에서 4001명으로 238명 줄었다. 정부는 국민취업 지원제도 등의 실적이 다소 미흡해 인원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사업 인원을 늘렸던 것이라 정원 감소는 예상됐던 상황이다.
문제는 관리자급 인원이다. 5급 사무관이 661명에서 633명으로 28명이 줄었다. 4.5급 행정사무관도 87명에서 71명으로 20% 가까이 급감했다. 사무관과 행정사무관은 현장 인원들을 통솔하며 관리·감독하는 인원으로 조직의 허리격이다. 고위급도 칼날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부이사관급도 17명에서 13명으로 25% 감축됐다.
한 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관리자급이 50명 가까이 날아가면서 현장 지방 고용노동청 등에서는 현장을 통솔할 인원이 부족해지고 결국 행정력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원이 줄어든 만큼 이미 심각한 수준까지 다다른 승진 적체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2021년 583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고용노동부 7급 승진자는 지난해 상반기 1건으로 급감했다. 승진길이 막힌 하위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현실화된 상태다.
다른 고용부 직원은 “사무관급 정원이 줄면서 승진길이 막힌 공무원들이 대거 보직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가운데, 고용부 산업안전분야 정원은 806명에서 799명으로 감축한 것도 눈에 띈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으로 인해 고용부가 담당할 중대재해 수사 대상은 2.4배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5명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안전분야 정원 자체가 줄어들면서 고용부의 증원 방침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근로감독관 등 타부서에서 일부를 차출해오겠다는 뜻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감독 강화 앞세운 고용부에 '이중고'
고용부는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아래서 근로감독관만 1000명 넘게 증원하며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평가를 받아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처 인력의 연간 1%가량은 감축이 예정돼 있다”며 “부처 중에 가장 큰 규모인 고용부는 이에 비례해 구조조정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으로 인해 인력 수요는 되레 급증한 상황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면서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임금체불, 실업급여 등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건설경기 불황 등으로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72억원)보다 32.5% 증가한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하면서 정부도 올해 특별근로감독 강화 등 임금체불 근절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 규정이 다소 애매한 '직장내 괴롭힘법'도 현장에서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이슈다.
당초 고용부는 중앙부처 중 민원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부처 중 하나다. 연간 민원 건수가 2500만 건 이상에 달한다. 전화 인입건수는 3600만 통 이상이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일률적인 인력 구조조정 정책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동·복지·교육 개혁 중 거의 유일하게 작동하고 있는 게 노동개혁"이라며 "개별적인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감축은 고용노동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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