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의 이 같은 추천사에도 경제계는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관료로서 정책 경험. 윤 전 장관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조세와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무역협회와 관련 있는 통상 무역 등의 산업부 업무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초반 1년도 채 안 되는 장관 경력이 전부다.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가 폭넓다는 설명도 마찬가지. 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를 지내긴 했지만 그때가 23년 전이다.
무역협회가 알려지길 꺼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윤 회장 후보자가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을 지냈다는 사실이다. 윤 전 장관이 현 정부 출범 이후 KT와 포스코, 생명보험협회 등의 수장 후보로 계속 거론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초엔 윤 전 장관이 KT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유력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가 이곳저곳에서 사령탑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 그 자체로 어떤 한 특정 분야에선 적임자가 아닐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 전 장관이 회장을 맡으면 무역협회는 다시 관료 출신 수장 시대로 돌아간다. 무역협회는 1991년부터 15년간 대농 박용학, LG 구평회, 동원 김재철 회장 등 기업인이 이끌었지만 이후 15년간은 관료가 회장을 맡았다. 2021년 LS 구자열 회장이 다시 기업인 회장 시대를 열었지만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다른 민간 경제단체에도 관료 출신이 이미 상근부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한국경제인협회(전경련의 후신) 상근부회장으로 내려왔으며, 무역협회 새 상근부회장으론 산업부 출신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피아’들이 민간 경제단체들을 장악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민간 경제단체 회장 자리가 대선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경제계는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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