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방화 사건을 두고 현지 매체에서는 “산업혁명 직후 만연했던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을 연상시킨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8월 구글, 제너럴모터스(크루즈) 등에 대해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허용했다. 이후 ‘AI가 모는 택시’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AI를 향한 공포심의 원인은 비단 사고뿐만은 아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AI가 인간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불만이 기저에 깔려 있다. 도로를 활보하는 무인택시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택시운전사들의 일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우려다.
작년 여름 미국 할리우드를 강타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 시위도 AI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AI는 기존 작가들이 집필한 대본을 학습해 인간의 필력에 필적하는 창작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하려고 하자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인 것이었다.
최근엔 AI발 대량 해고 규모가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고용 정보 사이트 레이오프의 자료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스냅, 페이팔 등 기술 기업 138곳이 AI 사업 재편을 위해 올해만 3만4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없앴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AI 포비아’(공포증)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AI 개발 분야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얀 르쿤 메타 부사장은 “AI가 인간의 정교함을 대체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IMF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50%,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50%로 보고 있다. 결국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듯이 AI 포비아도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7조달러를 조달해 자체적인 AI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보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평생 AI 기술을 활용할 청소년 세대가 큰 행운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포비아에 휘말려 ‘행운과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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