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제도권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가 승인된 지난달 4만9000달러를 넘었다가 4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26개월 만에 5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는 비트코인 반감기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호재로 꼽았다. 정 센터장은 “오는 4월엔 4년 주기로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풀리면 비트코인으로 몰릴 수 있다는 기대도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2024년 말까지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4조5000억~5조달러로 커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가상자산 시장 내 차지하는 비중(도미넌스)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은 현재 시세보다 세 배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증권 등을 거친 ‘정통 금융맨’ 출신이다. 2018년 코빗에 합류했고 2021년부터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 리서치센터인 코빗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그는 가상자산에 투자할 때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비중을 9 대 1 또는 8 대 2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 비중을 낮게 가져가야 한다”며 “하루에 20~30% 자산 가격이 빠져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만 투자하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가상자산거래소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엔 반대 의견을 내놨다. 그는 “금 ETF가 처음 나왔을 때 금괴 거래도 함께 늘었다”며 “믿을 만한 중개처가 생기면 비트코인의 거래·투자도 활성화되고 가상자산거래소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의 STO(토큰증권발행),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제도권으로 수용하려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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