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정시 등록자를 분석한 결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정원 25명 가운데 23명(92.0%)이 등록을 포기했다. 작년 정시 미등록률 70%보다 2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계약학과란 기업이 학자금과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졸업생을 기업에 채용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10명 중 7명(70%)이 등록을 포기해 작년(16.7%)보다 네 배로 증가했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는 36.4%에서 65.0%로,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18.2%에서 50%로 치솟았다.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LG디스플레이)는 7명 중 3명(42.9%)이 이탈했다.
입시업계는 이를 의대 쏠림현상의 여파로 보고 있다. 이탈자 대부분이 동시 합격한 의대에 등록했거나 다시 의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첨단학과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연세대 고려대 첨단학과보다 서열이 높은 학과는 의예과”라며 “수험생들이 과거와 달리 대기업 취업과 명문대 이름값보다도 의대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입시업계는 정원 확대와 지방인재 비중 확대로 지방대 의대의 커트라인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가스터디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구 계명대 의대의 경우 내년 합격선(원점수 기준)은 국·수·과탐 합계 273점으로 올해(284점)보다 11점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분위 커트라인 역시 297에서 294로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는 각 과목에서 전국 1% 안에 들어야 했지만, 내년에는 각각 2% 안에만 들어도 합격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부산 고신대, 제주대 의대는 올해까지는 합격선이 상위 2%인데 내년에는 4%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대학가에도 ‘의대 반수’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서울 주요 대학 산업공학과에 합격한 김모씨(22)는 “명문대 공대보다 지방 의대가 낫다는 분위기로 같은 과 친구들 50% 이상은 의대 반수를 준비 중이어서 개강 전 친목 모임도 일절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의 관심도 크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지역 의대를 노리는 문과계열 종사자가 많아져 직장인 문의가 작년의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기 위해 지방 이사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입시컨설팅업체는 ‘지방 유학’을 권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고교 1학년생 학부모는 “올해 아들이 전국 단위 자사고에 입학해 정시 전형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지방으로 이사 가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는 것이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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