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성수제 양진수 하태한)는 14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이 이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214억6000여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다.
2조원대로 불어난 용인경전철 사업은 시행사에 대한 ‘최소수입보장 약정’ 때문에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용인시는 30년간 운영수익의 90%를 보장해주기로 한 계약에 따라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에 4293억원을 지급했다. 2043년까지 1조원 이상을 더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시행사에 이미 지급한 4293억원을 용인시의 손해액으로 확정하고, 책임 비율을 5%로 판단해 손해배상금을 책정했다. 1조원가량의 추가 비용에 대해서도 추가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2004년 사업시행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맺은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시장으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운영 수입이 전망치를 밑돌 경우 수입 보장에서 제외하는 ‘저지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수요예측을 한 교통연구원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이 전 시장과 ‘공동불법행위’가 적용됐다. 개통 후 경전철 하루 이용객은 교통연구원 예측치의 5~13% 수준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고, 연구원들은 용인시 협상단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며 과실 책임을 물었다. 또 한국교통연구원에 대해서도 전체 손해배상액 중 42억9361만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주민 측 변호인은 “수요예측을 잘못한 교통연구원도 손해배상 책임 42억원이 인정됐다”며 “수요예측을 잘못한 기관에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1·2심은 박씨의 일부 책임만을 인정해 10억원대 손해배상 판결을 했지만, 주민소송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이 “용인경전철 사업이 잘못된 수요예측 조사로 실시됐다면 주민들은 이에 따라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해 재판이 다시 열렸다. 2005년 주민소송제도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주민 감시와 소송의 권한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은 용인시가 청구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주민소송 손해배상 청구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판결 후 60일 안에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기한까지 지급되지 않으면 반환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