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현금 자산을 보유하는 대신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2030까지 투자에 동참하면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위스키, 금 가격도 일제히 상승 중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부동산 조사회사 도쿄 칸테이의 조사를 인용해 도쿄 도심 6구의 21평 맨션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1억995만엔(9억7844만원)으로 11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도쿄로 몰리면서 도쿄 집값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2030 젊은 투자자들은 부동산보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위스키나 금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에 위스키 가격도 급등했는데, 산토리 야마자키 12년 700㎖의 도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병 2만4000엔(21만3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에 위치한 주류 도매상 조이랩의 오오타 케이스케 사장은 "이런 시세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투자 장벽이 낮기 때문에 투자 초심자가 뛰어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플레이션 때마다 떠오르는 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니케이는 "금은 소매가격이 지난해 8월 이미 1g 1만엔(8만8797원)을 돌파했는데도 개인 매수는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결혼이나 출산 등을 계기로 골드 바를 구입하는 신혼부부도 늘어났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신흥 투자처로 떠오르는 추세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의 금 현물 ETF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 총액은 2981억엔(2조6478억원)으로 1년 만에 47% 상승했다.
자산 관리를 주식이나 실물 투자 대신 예·적금에 의존해왔던 일본에 있어서 이는 큰 변화다. 일본 은행(BOJ)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은 2121조엔(1경8839조원)으로 현금과 예금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케이는 "디플레이션 시기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수단은 예·적금이었으나,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현금을 그대로 두면 자산도 결국 줄어들게 된다"며 "위험을 감지한 개인들의 자금이 실물자산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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