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일에 밀려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25년 만에 경제성장률에서 일본에 뒤졌다.
일본 내각부는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5.7% 늘어난 591조4820억엔(약 5235조원)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해 독일의 GDP가 4조1211억유로(약 5886조원)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2023년 평균 환율을 적용해 달러로 환산하면 독일의 명목 GDP는 4조4500억달러다. 일본은 4조2250억달러다. 일본의 GDP가 독일에 따라잡힌 것은 55년 만이다. 일본은 1968년 당시 서독을 국민총생산(GNP)에서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1990년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0년 GDP는 중국에 밀려 세계 3위로 떨어졌다. 1994년 일본 GDP가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8%였지만 지난해는 4%까지 줄었다.
급격한 엔저(低)로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명목 GDP가 감소한 반면 극심한 물가상승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독일의 명목 GDP가 크게 늘어난 것이 역전의 원인으로 꼽힌다. 물가의 영향을 제외한 독일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0.3% 하락했다. 3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다만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급등이라는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일본과 독일의 역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된 반면 독일은 꾸준한 경제성장을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0~2022년 독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평균 1.2%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0.7%에 그쳤다. 2012년 4만9139달러로 세계 10위였던 일본의 1인당 GDP는 2022년 3만4064달러로 21위까지 떨어졌다. 2012년 40.1달러로 세계 20위였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52.3달러로 세계 30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2000~2021년 일본의 수출이 1.6배 증가하는 동안 독일은 3배 늘었다. 일본과 독일은 둘 다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IMF는 2026년 일본이 인도에도 밀려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 일본의 GDP 순위가 6위, 2075년에는 12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내려앉은 일본에 25년 만에 뒤졌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2023년 실질 GDP가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지난해 실질 GDP는 1.9% 증가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진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1%를 나타내는 반면 일본은 1% 초반대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역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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