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시작으로 이동통신사들이 기존보다 저렴해진 3만원대 5세대(5G)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부족한 데이터와 높은 단가 탓에 요금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일반 요금제 상품에서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KT는이통 3사 중 처음으로 월 3만7000원의 '5G슬림 4기가바이트(GB)' 요금제를 선보였다. 또한 30GB 미만 소량 구간 요금제를 기존 2구간(5·10GB)에서 5구간(4·7·10·14·21GB)으로 세분화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서 올해 1분기 내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3만원대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23년 12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5G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9GB였다. 이를 토대로 KT의 5G슬림 4GB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한 주 안에 기본 제공 데이터를 다 쓸 것으로 보인다. 기본 제공 데이터가 소진된 후에는 속도 제한이 있어 5G를 사용하는 의미가 반감된다.
데이터 양뿐 아니라 몇 배 이상 차이 나는 1GB당 가격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KT의 5G 심플 30GB 요금제(6만1000원)의 경우 1GB당 약 2033원이지만 5G슬림 4GB의 경우 1GB당 9250원으로 4.5배 비싸다.
소비자 입장에서 데이터도 적고 1GB당 단가도 비싼 3만원대 요금제는 매력이 떨어지는 선택지로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KT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3만원 요금제에 책정된 데이터를 늘리는 방향에 대해 별다른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계속 4GB 제공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합산(3G·4G·5G)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12월 처음으로 10GB를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2월엔 18GB를 기록했다. 사용자들이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동영상 중심으로 데이터를 소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파악한 지난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iOS) 가운데 주요 OTT 애플리케이션(앱)의 중복을 제거한 순 사용자 수는 200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했다.
데이터 사용량은 늘어나는데 요금제는 이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이수민씨(29)는 "보통 스마트폰으로 요리 영상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자주 시청해 한 달에 20GB 이상 데이터를 쓴다"며 "3만원대 요금제가 출시된다 해도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할 게 뻔해 요금제 변경은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5G 요금제는 다음달 중 출시가 유력하다. 새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정부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의 검토 절차 기간이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두고 계속 내부 논의 중이다. 기존 3만원대 다이렉트 요금제에 제공됐던 11GB와 8GB 수준으로 책정될지는 미지수"라며 "각 요금제마다 제공되는 데이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데이터가) 많다거나 3만원보다 높은 요금제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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