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는 순간, 어떤 상품이 나올지 몰라서 기대돼요. 원하는 게 안 나오더라도 뽑는 재미가 있어서 계속 사게 되는 것 같아요."
일명 '뽑기'라고 불리며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캡슐 장난감 자판기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길거리에서 '가챠샵'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볼 수 있던 전문 매장들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도 '뜨는 창업 아이템'으로 등극했을 정도다.
국내 캡슐 장난감 자판기 전문점은 젊은 층에서 일본에서 사용되는 명칭 그대로 '가챠샵'으로 불리고 있다. 가챠는 '찰캉찰캉'이라는 뜻의 일본어 '가챠가챠'에서 나온 단어다. 동전을 넣고 기계를 돌릴 때 나는 철 소리와 비슷해서 가챠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키덜트'(키드+어덜트) 열풍과 함께 가챠샵은 단숨에 '힙'한 명소로 등극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가챠샵'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29% 늘었다. 가챠샵에 대한 인식은 긍정 비율이 75%로, 다수 언급된 단어로는 '유명하다', '귀엽다', '갖고 싶다', '기대한다', '원한다' 등이 있었다.
15일 정오에 방문한 서울 잠실의 한 가챠샵은 뽑기를 하러 온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매장은 일본에서 가챠샵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반다이남코그룹의 한국 법인이 국내 최초로 오픈한 곳이다. 지난 1일 오픈 소식이 알려진 뒤 일명 '가챠러버'(캡슐 장난감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들)들이 몰리면서 단숨에 명소가 됐다.
이곳에선 한국에서 인기 있는 '산리오캐릭터즈'와 '짱구는못말려',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친구들), '건담' 등 캐릭터가 담긴 다양한 캡슐 토이가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캡슐당 4000원~7000원 사이로, 카드 결제로 전용 코인을 구매한 뒤 뽑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백개가 넘는 기기 중 절반가량엔 '품절' 표시가 붙어있었다. 일부 방문객은 "인기 제품은 다 나가서 뽑을 게 없다"고 푸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인천에서 왔다는 대학생 추모 씨(21)는 "뽑으려던 캐릭터가 다 나가서 살 게 없었다"며 "사람들이 잘 안 오는 날을 골라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해 6만원을 썼다는 이모 씨(23)는 "오픈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고, 하나씩 제대로 구경하는 게 힘들었다"며 "나중에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다이남코코리아 관계자는 "매장을 오픈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20·30대 여성 고객들이 정말 많이 다녀갔다"며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수십번씩 돌리는 손님도 있었고, 한 번에 5만원 넘게 쓰는 이들도 많다"며 "인기 캐릭터 상품은 동일한 기계를 3~4대씩 들여왔는데도 빠르게 동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가챠샵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과 협업해 다양한 캡슐 장난감 기계를 들여오려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한 가챠샵 관계자는 "가챠샵은 요즘 젊은이들한테 먹힌다는 이유로 뜨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며 "인기 있는 캡슐 장난감 대부분이 일본 캐릭터인데, 투자 비용이 크더라도 현지 딜러를 통해 고품질 상품을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즘 캡슐 장난감 뽑기를 재미있어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대형마트에서도 일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협업해 적극적으로 캡슐 장난감 기계를 들여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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