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CES 2024가 끝났습니다. 올해 CES 슬로건은 ‘All Together, All On’으로 산업의 AI 융합이 핵심이었습니다. AI가 등장하지 않는 부스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디지털 헬스와 교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모든 분야에서 AI가 활용됐습니다.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가 CES에서 등장한 기업들이 AI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업 간 협업한 방식을 한경 긱스(Geeks)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지난달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5차 인공지능(AI) 최고위 전략대화의 주요 의제는 ‘세계가전전시회(CES) 2024’에서의 인공지능(AI) 기술이었다. AI가 본격 산업의 경계를 넘어 우리 일상과 기기 전반에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AI 일상화가 곧 생존 전략인 시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범정부 차원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최된 자리라고 한다.
확실히 올해 CES에서는 거의 모든 부스에서 AI를 말했다. 9000여 종의 새를 구별할 수 있는 AI 기반 조류 관찰 쌍안경을 낸 스와로브스키와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로 구동할 수 있는 비데를 선보인 콜러(Kohler), AI로 아이를 부드럽게 흔들어주는 유모차 등 모든 가전과 일상에 AI가 들어간 현실이 눈앞에 놓였다. 존 토머스 켈리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부사장 겸 CES 쇼 디렉터는 "인공지능(AI)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라며 "교통과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홈 같은 카테고리도 중요한 트렌드지만, 인공지능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트렌드"라고 규정했다.
기업 간 거래(B2B) AI 업무 자동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B2B AI 기업들이 어떻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과 손을 잡고 CES에 등장하는지 살펴봤다. 역시나 미국에 전통적 강자가 많은 리테일과 모빌리티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월마트, 쇼핑 검색 경험 '스크롤'에서 '정답'으로 전환
월마트는 올해 CES에 처음으로 참여해 650㎡(196평)규모의 전시장을 꾸렸다.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CES 기조연설에서 월마트 고객의 쇼핑 경험을 혁신할 AI 도입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월마트의 증강 현실(AR)과 드론, 생성 AI 도입 이유는 고객의 쇼핑 경험 향상이다.
특히 개별 구매 데이터와 결합한 생성 AI의 사례는 쇼핑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는 듯이 보였다. 제품이나 브랜드 이름 대신 사용 상황별로 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쇼핑을 할 때 원하는 아이템의 목록을 결과로 얻는 게 아니라, 쇼핑의 목적에 따른 개별화된 아이템을 추천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iOS와 Android 및 자체 웹사이트 전반에 걸쳐 생성 AI 기반 검색 기능을 구축했다.
"축구 경기를 함께 보는 파티를 할 때 무엇이 필요할지 도와주세요"라고 질문하면 스낵과 음료 등 여러 개의 아이템을 각각 검색하고 일일이 장바구니에 담을 필요 없이 개인화된 제품 제안이 나온다. 월마트의 구매 데이터와 LLM(거대언어모델) 기술을 결합한 제안이다. 위치와 검색 기록, 기타 상황별 정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더 구체화된 제안으로 진화하게 된다. 상품을 검색하고 여러 개의 후보군에서 가성비를 비교하며 선택해야 하는 '스크롤 검색'에서 AI를 이용해 쇼핑의 의도를 파악하고 목표에 맞는 상품을 바로 보여주는 '목표 검색'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사례는 생성 AI를 이용해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마이 어시스턴트(My Assistant)" 앱이다. 월마트의 데이터와 LLM을 활용해 직원들이 문서 요약과 새로운 콘텐츠 생성 등에 활용한다. 올해에 마이 어시스턴트는 미국 외 11개국으로 확장하며 직원들의 모국어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캐나다와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인도와 남아프리카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월마트의 자체 소매 모델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 서비스 및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구축됐다. 월마트의 기조연설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함께 등장해 월마트와의 협업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코딩과 생산성 앱, 의료, 교육 등의 영역을 포함해 생성 AI로 가능해진 혁신에 대해 광범위하게 이야기하며 “월마트가 지닌 독자적인 데이터와 생성 AI 조합으로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월마트는 AR과 생성 AI, 소셜미디어를 결합해 친구와 함께 쇼핑하는 즐거움을 주는 소셜 쇼핑 기능, 개인화된 생필품 보충 알고리즘을 사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에게 배달하는 '인홈 리플레니시먼트' 등을 선보였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가정은 일주일에 6시간을 가사 계획과 쇼핑에 소비한다. 6시간 중 점점 더 많은 시간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오고 있다. FTI 컨설팅 데이터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자의 80%는 AI로 개인화를 하면 온라인 쇼핑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맥킨지는 AI가 소매 및 소비재 산업에서 4000억~660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IDC 연구에 따르면 소매 및 소비재 회사가 AI에 투자하는 경우 1달러당 3.45달러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와 다른 미국 소매업체들이 고객과의 소통을 개선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는 이유다.
음성 AI 업체와 손잡은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CES에서 올해 2분기부터 자사의 모든 양산 차량에 챗GPT를 표준 기능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생성 AI를 차량에 탑재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개인맞춤형 사용자 경험(UX) 제공 △탑승객의 몰입 경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위해서다. 운전자의 음성으로 구동하는 생성 AI를 통해서 개별 맞춤화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챗GPT를 아이다(IDA)라는 음성 어시스턴트의 백엔드에 통합했다. 운전자는 새 계정을 만들거나 새 앱을 설치하거나 챗GPT에 별도로 로그인할 필요가 없다. 그저 “헬로 아이다"라고 말하거나 운전대의 버튼을 누르면 아이다가 활성화된다. 기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나 시리를 이용할 때와 비슷하다. 아이다는 운전자가 말하는 내용의 의도를 분석하고 차량의 기능 실행과 목적지 검색, 온도 조절 등의 우선 순위를 결정해 차근차근 실행한다. 또한 운전자와 탑승자의 목소리를 구별해서 탑승자가 온도 조절을 원할 경우, 탑승자 쪽만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CES 데모를 보면 내비게이션을 아이다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아프다고 말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다든가 특정 메뉴를 말하면 그 메뉴를 파는 음식점을 찾아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활용법과 다르게 LLM이 의도를 분석해 정답의 후보군을 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폭스바겐은 챗GPT 외에도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는 세렌스 챗 프로를 사용한다. 음성 AI 전문 기업 세렌스(Cerence)가 제공하는 CaLLM이라는 언어모델은 차량과 브랜드, 운영에 관련된 1만개의 질문과 답변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세렌스는 민감한 주제와 욕설 등에는 답변하지 않도록 설정했다. 폭스바겐은 보안을 위해 질문과 답변을 바로 삭제한다고 한다.
세렌스와 폭스바겐은 차세대 차량 내 음성 어시스턴트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LLM 기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아마존도 알렉사 LLM 기반 생성 AI를 BMW SUV X1에 탑재했다. 해당 기능은 연내 BMW 신차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모빌리티에 특화된 LLM의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음성과 생성 AI의 결합으로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해 있는 동안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B2C 영역에서의 AI 확장이 B2B AI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 것처럼 실력 있는 국내 B2B AI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협업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리테일과 모빌리티 외에도 일상의 수많은 영역에서 강자로 우뚝 선 B2C 기업들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을 적절하게 가공해 현장에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B2B 스타트업이 많다. 내년 CES에서는 한국의 B2B AI 스타트업과 한국의 유통, 제조, 금융 등 다양한 기업이 함께 멋진 기조연설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KAIST 컴퓨터 사이언스 석·학사를 졸업한 이창수 대표는 AI 분야 연쇄창업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를 창업해 4년 만에 미국 탭조이에 매각한 뒤 탭조이의 수석부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탭조이에서 일하던 중 또다시 회사를 뛰쳐나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올거나이즈를 창업했습니다. 올거나이즈는 인지검색 솔루션과 답변봇 ‘Alli(알리)’로 기업 고객과 직원의 검색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인지검색 솔루션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문서에서 답을 찾아주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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