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집코노미’를 진행하면서 부동산 관련 다양한 제보를 받고 있다. 요즘 단연 화제는 아파트 정비사업이다. 전국의 사업장 곳곳에서 갈등이 속출하며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고 공사가 멈추는 등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잇따라 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툭 하면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고 소송이 난무하다 보니 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린다. 과거와 달리 수억원을 호가하는 분담금도 엄청난 부담이다.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분담금만 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시세가 5억원 선이라 분담금이 집값보다 많다. 조합은 낮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고, 시공사는 조합을 상대로 수십억원대 소송을 걸었다.
정비사업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치솟는 공사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값과 금융비용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3년 새 25.8% 뛰었다. 사업성을 가르는 비용과 수익 모두 악화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1·10 대책을 발표했지만 규제만 풀어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공사비 증액 갈등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가 급한 대로 사전 컨설팅과 전문가 파견 등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게 정비사업 현장의 반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 역시 물가 변동과 금융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데다 시공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갈등을 중재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쟁의 원인을 찾아 손대는 것이다. 깜깜이 계약서가 아니라 모두가 납득 가능한 기준으로 표준화된 정비사업 계약서 말이다. 다툼의 소지가 되는 불명확한 조항들을 서로 다른 해석이 불가능한 문장으로 명시해야 한다. 내홍이 반복되는 조합 방식 정비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횡령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사비 갈등은 주택 공급을 더 늦추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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