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교통로란 전·평시 국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해상보급로이자 국익과 번영의 생명선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산업연관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상교통로 차단 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 6520억원이다. 한 달이면 19조5000억원, 1년이면 23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국내총생산의 84%를 무역에 의존하고, 무역량의 99.7%를 해상교통로를 이용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해상교통로는 길고 험하다. 길목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홍해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아덴만,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 인도양, 믈라카 해협, 남중국해, 바시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는 세계적인 우범지역으로 악명이 높거나 분쟁의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라는 ‘세계경찰’의 ‘치안 질서’에 편승해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이용했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붕괴, 해외 전쟁에 지친 미국 국내 여론 정치의 득세, 그리고 해외 부품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탈세계화 현상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미국에서 과거와 같은 대양해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안전한’ 해상교통로가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됐다. 거의 무료로 이용했던 해상교통로의 ‘코스트’, 즉 비용 지불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적대국과 해적도 위협이지만, 운송로의 요충지에 있는 국가들의 요구나 텃새도 상존한다.
차제에 대한민국 해양전략의 새로운 판을 통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북한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방어전략을 넘어 광대한 바다에서의 역할을 키우는 해양 강국으로서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방어의 바다에서 확장의 바다로 나가는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해양 안보를 주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곧 국가 경제이고, 그 든든한 버팀목이 해양력이다. 대한민국 해양전략의 획기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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