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지난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글로벌 최저한세(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도에 따라 해외 자회사가 낸 세금(실효세율 기준)이 15% 이하일 경우 모기업이 15%에 미치지 못한 세금을 계산해서 한국 정부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기업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2026년 6월 말(당해연도 종료 후 18개월 이후)에 추가 세액을 거둘 예정이다.
추가세액을 계산하는 기준지표는 소득에서 인건비와 고정자산 투자금 일부를 뺀 나머지 금액(실질기반제외소득)이다. 예컨대 실효세율이 8%라면 과세 대상이 되는 초과 이익에 7% 세율(15% 최저세율에 미치지 못한 부분)을 적용해 모기업에 부과한다.
국가별로 특정 기업이 낸 세금은 개별 법인 단위가 아니라 계열사를 통틀어 계산한다. SK온과 삼성SDI는 그룹 계열사가 미국에 내는 법인세(21%)와 함께 계산되기 때문에 IRA 보조금으로 면세를 받았어도 전체 실효세율은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내 3개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한다. 내년까지 7개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모기업인 LG화학이 부담해야 할 추가세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인 삼성SDI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3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당장 IRA 세액공제 대상은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면서 올해 5000억~1조원가량의 IRA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 업체 씨에스윈드는 터빈업체에 주는 돈을 제외하고도 올해 1100억원을 환급받을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시행한 데다 관련 시행령이 최근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하지 않아 국내 기업만 세금 폭탄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나라별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도입 시기와 내용도 달라 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작 미국은 IRA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로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대신 자체적인 최저한세 제도(AMT)를 시행 중이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글로벌 최저한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란/김형규 기자
■ 글로벌 최저한세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만든 초국가적 조세포탈 방지 협약. 매출 1조원(약 7억5000만유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은 해외 자회사에 최저한세(15%)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면 모회사가 추가 세액을 본사 소재지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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