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 만에 2000건대를 돌파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양천구, 강동구 등의 정주 여건이 좋은 대단지가 거래량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작년보다 낮아진 데가 저금리로 제공하는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거래량 증가가 집값 반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2300건대로 주저앉은 뒤 11월(1843건)과 12월(1826건) 연속으로 2000건을 밑돌았다. 2022년 하반기와 작년 상반기 이어진 ‘거래 가뭄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번졌다.
올해 들어 거래량이 되살아나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거래량 회복세는 송파구와 양천구, 강동구 등의 대단지가 이끌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이날까지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임대 제외)는 잠실동 잠실엘스(13건)·리센츠(13건), 가락동 헬리오시티(13건) 등이 꼽혔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2건)도 뒤를 이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10건),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10건), 신월시영(10건) 등도 거래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단지가 있는 지역은 교통과 학군이 좋아 실거주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총 9510가구에 이르는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잠실엘스(5678가구), 리센츠(5563가구), 올림픽선수기자촌(5540가구) 등은 모두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3045가구) 신월시영(2256가구) 등도 대단지에 속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적용되는 저가 아파트 거래도 거래량 증가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몰린 금천구의 벽산 5단지(지난달 9건),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8건), 노원구 공릉동 태강(8건), 성북구 정릉동의 정릉풍림아이원(8건), 봉천동 벽산블루밍 1차(7건) 등도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거래량 증가세가 집값 상승세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량 증가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이해된다. 하지만 추격 매수가 이뤄져 시세가 반등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지속, 신규 분양 물량 증가 여부, 급매 소화 여부 등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실수요자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이 나왔지만 이런 정책 대출이 향후 중지되면 시장이 다시 움츠러들 수 있다”며 “금리와 대출정책에 따라 집값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거래량이 증가하면 한동안 급매 위주로 거래되면서 시세 지표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급매 거래 이후엔 바닥을 다지면서 시장 가격이 다시 자리를 찾게 되는 만큼 하반기엔 시세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반기 저가 매물이 소화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에 매매가가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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