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세금 폭탄으로 돌아온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입력 2024-02-16 17:36   수정 2024-02-17 00:21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글로벌 최저한세가 기업에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해외 보조금 규모가 큰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이 내야 할 추가 세액은 올해 수백억원에서 내년부터는 수천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는 SK온, 한화솔루션, 삼성SDI 등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만든 초국가적 조세 포탈 방지 협약이다. 매출 1조원(약 7억5000만유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은 해외 자회사가 최저한세(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모기업이 본국에서 차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부분 국가가 이해득실에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한국은 2022년 12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세계 최초로 이를 법제화했다. 대규모 세제 혜택을 받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조세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시행 시기를 늦춰 달라는 업계 의견은 외면당했다. ‘국제사회 선진국 진입’이란 조급증에 포획돼 과속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참사를 부른 셈이다. 전임 정부가 졸속으로 강행한 탄소중립 과속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21개국이 최저한세를 도입했을 뿐, 미국조차 자국 이익을 위해 미루는 상황이다. 자국 기업과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통상질서에 한국만 역행하는 꼴이다.

국내 기업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미국 등에서 세액공제 형태가 아니라 현금으로 받는 직접환급을 납부세액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국제조세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게 급선무다. 해외 자회사의 실효세율 기준을 달리해야 기업이 당면한 세금 부메랑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로 인해 기존 조세 혜택을 유인책으로 하는 해외 투자유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간접세 혜택이나 국가보조금 지급 등 우회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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