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월 80만~11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과학기술 선진국은 ‘스타이펜드’(Stipend·연구생활장학금)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尹 “우리 과학 한 단계 더 도약”
정부는 16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 수도 대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공계 대학원생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나 생활비 걱정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형 스타이펜드는 석사 과정에 월 80만원, 박사 과정에 110만원의 장학금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4대 과학기술원에만 이 제도가 적용됐고, 나머지 대학원은 연구과제 참여 여부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랐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은 펠로십(노동과 관계없이 생활보조금 지급)과 어시스턴트십(연구교육 조교에게 수당 지급)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연간 최대 약 2000만원을 지급한다.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과학장학금도 신설한다. 지금까지는 학부생만 이 장학금을 받았다. 올해 120여 명의 우수 대학원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추후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학부생에게 주는 대통령 과학장학금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날 대전 지역 발전과 관련한 정책도 공개했다. 대전 유성구 교촌지구 일대를 나노·반도체 중심의 ‘제2대덕연구단지’로 조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2026년 상반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고시한 뒤 연구개발특구로 편입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3조4585억원(지방자치단체 제안 기준) 규모다. 윤 대통령은 “우리 과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전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전의 공간과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바꿔 과학 수도 대전의 명성에 걸맞은 첨단도시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 계획안도 공개됐다. 2028년 착공해 2034년 개통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TX가 개통하면 정부대전청사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는 15분, 정부대전청사에서 청주공항까지 53분, 오송역에서 충북도청까지는 13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KAIST 졸업생 고성 외치다 끌려나가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뒤 젊은 과학도 200여 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항상 여러분 곁에 서서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한 일을 언급하면서 “쑥쑥 성장해 ASML을 능가하는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당부했다.윤 대통령은 또 KAIST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점프를 위한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한 졸업생이 윤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르다 대통령경호처 요원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축사하는 도중에 한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R&D 예산을 복원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후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이 학생에게 달려가 입을 막으며 붙잡았고, 학생이 저항하자 팔과 다리를 붙잡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대통령실은 “경호구역 내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도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요원에 의해 끌려 나간 적이 있다.
도병욱/강경주/안정락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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