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해외 부동산 투자했다가 벌써 1조원 날렸다

입력 2024-02-18 07:57   수정 2024-02-18 07:58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이들 그룹이 해외에선 부동산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18일 연합뉴스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순이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446억원의 원금을 투입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0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7797억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6161억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8144억원(55건), 우리금융이 4305억원(41건) 등이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 하락했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누적 배당금 등을 반영한 5대 금융그룹의 내부수익률(IRR)을 보더라도 손실 규모가 작지 않았다. IRR 산출이 가능한 투자 514건 중 약 10%(51건)가 마이너스였다.

금융그룹들의 세부 투자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전문성이 의심된다. 심지어 원금을 전부 까먹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KB증권은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500만원에 그쳤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 하락했고, 누적 배당금 97억1100만원 등을 반영하더라도 IRR이 -14.14%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가정할 때 IRR은 -63.30%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동시에 크게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4억5000여만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IRR이 -98.49%로 이례적으로 낮았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었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이며, IRR은 -98.35%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6월 인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4곳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15억2400만원을 투입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 현재 평가 금액이 1202만원으로, 평가 수익률은 -99.21%다. 16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이 34만원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총 49조1994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기록한 5대 금융그룹이 나라 밖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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