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형 숙박 플랫폼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걱정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7일 정부가 숙박 할인쿠폰을 배포하면서 플랫폼 내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달에만 야놀자, 여기어때, 지마켓 등 대형 플랫폼 세 곳에서만 쿠폰 9만장이 풀렸다. A씨는 "고객들은 물론 숙박업체 사장님들까지 정부 쿠폰을 받을 수 있는 대형사로 많이 옮겨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포되는 숙박쿠폰은 45만장이다. 2월 9만장, 3월 11만장, 6월 25만장 순으로 풀린다. 지역 관광 활성화가 목표다. 지난해엔 40여개 플랫폼에 쿠폰을 배분했지만 올해 첫 쿠폰 배포를 앞두고선 3개사만 선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설 연휴에 맞춰 쿠폰을 빠르게 뿌리기 위해 시스템이 갖춰져있고 쿠폰 소진력이 있는 플랫폼들을 골라 진행했다"며 "3월 쿠폰은 다시 여러 플랫폼들에 열어두고 공모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중소형 숙박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지난해 숙박쿠폰을 받았던 한 특화 여행 플랫폼은 올해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플랫폼 대표 B씨는 "작년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쿠폰세일 기간에 오히려 예약률이 떨어졌고 쿠폰 소진도 거의 안 됐다"며 "고객들이 이미 '야놀자 쿠폰'으로 인식하고 있어 대형 플랫폼으로만 몰려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숙박 쿠폰은 야놀자, 여기어때 등 대형사 물량만 전량 소진됐다.
작은 플랫폼 입장에선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부담이다. 할인 금액을 환급받기 위해선 정부 시스템과 연동을 해야하는데 개발자 숫자가 적은 스타트업들은 이 작업에 4개월이 넘게 걸린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상반기 쿠폰 사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개발인력을 다 투입하느라 다른 서비스 개선 작업이 뒤로 밀리고 있다"며 "쿠폰행사에 빠지자니 숙박업체 사장님들이 항의하고, 들어가자니 투입 비용과 인력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박 쿠폰은 지속사업이 아니라 임시사업인 탓에 관광진흥기금에서 급전 쓰듯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00만장이 풀렸지만 10만장 예산만 기금에 편성됐고 나머지 90만장은 기금 변경 요청을 통해 중간에 조달했다. 올해도 책정된 45만장 예산을 상반기에 다 쓰면 추후 기금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더 충당할 수 있다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현금성 쿠폰 살포 정책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1인 1매'가 원칙이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엔 대리예매를 해주겠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숙박업체들이 세일기간에 꼼수로 가격을 더 올려받는 관행도 여전하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정부 쿠폰이 적용되는 시즌엔 숙소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이 들어간 예산만큼 늘어나진 않는다"며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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