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과 성동구 행당7구역에 대해 공사비 검증에 착수한다. 현재 공사 중인 신반포22차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 공사비보다 두 배 넘는 공사비를 요구해 조합원 1명 당 최소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면서 주택공급을 서두르는 가운데 이처럼 공사비가 발목을 잡자 직접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SH공사는 공사비 검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자재값, 인건비 인상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SH공사는 작년 10월 공사비 전담 부서인 공사비검증부를 설치해 관련 세부계획을 준비해왔다. 시는 작년 3월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조합과 시공사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어 정비사업 경험이 있는 SH공사가 직접 검증에 참여해 갈등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SH공사가 공식적인 공사비 검증기관으로 관련 업무를 본격 시행하기 전에 검증체계를 만드는 단계다.
SH공사는 작년 12월부터 지난달말까지 자치구로부터 시범사업지 신청을 받아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각 1곳씩 선정했다. 이에 따라 신반포22차와 행당7구역이 선정됐다. SH공사는 "공공주택건설 및 택지조성, 정비 사업 시행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비 검증을 내실 있게 수행하겠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공사비 검증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 인근 신반포22차는 1983년 지어진 12층 132가구 '나홀로 아파트'다. 재건축을 거쳐 35층, 2개 동, 16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조합에 기존 공사비보다 두 배 넘게 증액한 3.3㎡당 1390만원의 공사비를 요청해 1300만원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내년 입주를 앞둔 가운데 조합원 1명 당 최소 5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당7구역(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은 성동구 행당1동 128 일대에 최고 35층, 94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3.3㎡당 공사비 548만원에서 51% 증액한 829만원을 요청한 상태다. 신반포22차처럼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으로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시내 정비 사업 현장을 대상으로 공사비 검증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SH공사는 앞서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 재건축과 답십리 17구역 재개발의 공공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면서 공사비를 직접 검토하기도 했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은 SH공사 등이 사업시행자로 나서 사업을 이끄는 만큼 관련 경험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공사비 검증을 하는 기관은 지금까지 한국부동산원이 유일하다. 재작년부터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는 사업장이 늘고있다. 시는 사업시행 경험이 있는 SH공사가 공사비 검증을 하면 검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조합·시공자 간 갈등을 중재·해소하고 신속한 정비 사업 추진을 유도해 서울시내 주택 공급 확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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