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어쨌든 뭐 일을 잘하는 게 문제니까"라고 말했다.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종목 단체의 수장이라면 일단 맡은 업무를 무탈하게 해내야 한다는 원론을 내세우는 한편 부정적인 견해를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장관은 17일 오후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임원은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 회장의 현재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만약 정 회장이 축구계 지지를 충분히 끌어낼 경우, 체육회 공정위 심의 결과가 4선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회 공정위는 정 회장의 재정 기여, 재임 기간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기여도가 명확한지를 평가한다.
앞서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16일 4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2013년 1월 축구협회장에 올라 세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이다. 정 회장은 과거 축구협회장 임기를 3번 연임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정관을 바꾸는 작업을 했지만,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해당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나는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어서"라며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 바뀐 게 아니라서"라고 말했다.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개회식을 찾은 이기흥 체육회장은 정 회장의 4선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여기서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고, 우리 공정위가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잘 판단을 하실 것"이라면서 "그리고 아직은 좀 시간이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다가 요르단에 패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해 축구협회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요르단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부정적 여론을 확산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정 회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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