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가치를 거짓으로 부풀려 신고한 혐의로 3억 6400만달러(약 4860억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현금 유동성이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은 “트럼프가 자신의 순자산을 조작하기 위해 공모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트럼프 일가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벌금 3억 5500만달러를 선고했다. 지연 이자를 포함하면 벌금은 총 3억 6400만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벌금형에 즉각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항소에서도 패할 경우 벌금에 대한 이자가 불어나 총 벌금 규모가 4억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2022년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가가 은행과 보험사와의 거래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보유 자산을 허위 신고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일가가 부동산 가치를 축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냈고, 은행 대출 과정에서는 반대로 자산 가치를 부풀려 부당하게 이득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뉴욕지법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약식재판에서 사기 등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재정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트럼프의 순자산을 26억달러로 추산하며 벌금이 순자산의 14~17%에 이를 것이라고 짚었다. 이 사건 외에 4건의 형사소송에 엮인 트럼프 입장에선 현금 유동성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번 판결로 인해 트럼프는 가용 현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벌금형을 대신 납부하자며 모금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사업가 부부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고펀드미’에 “부당한 판결에 맞서 트럼프를 지지하자”는 제목의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개설 24시간 만에 2170건의 기부를 받아 8만 4354달러(약 1억 1000만원)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족을 동원해 대선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를 추천했다. 대선자금을 관리하는 공화당 전국위 위원장에 가족 구성원을 선임해서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라라는 트럼프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의 아내로 2020년부터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다.
오현우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