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것과 관련, 18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700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정책 항의 차원에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지만 정부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가동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든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 토론과 대화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의료체계는 위기에 놓여 환자와 의사가 다 같이 심각한 괴로움을 겪고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뿐 아니라 그간 의료계가 요구해온 내용을 반영한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의료 현장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지방병원 육성과 필수 의사 확보를 통해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사들이 형사처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합당을 보상을 받도록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공공정책수가 체계를 확대해 추가 보상하고,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획기적 방식으로 과감하게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단행동시 현장 파급력이 가장 큰 전공의들을 향해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마음과 믿음에 상처를 내지 말아달라”며 “부디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역설했다. 만약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화가 아닌 투쟁의 방식을 결정해 유감이지만 그럼에도 의료계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전공의들 집단행동에는 법률에 규정된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1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입원·중증 진료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업무 개시 명령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선 16일 진료 유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103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들 중 100명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협은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전 회원 투표로 집단행동 시기를 결정하고, 오는 25일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실제 휴진할 경우 문을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적극 안내할 방침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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