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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1734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인·기관이 국내 주식을 9조3290억원어치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일본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6일 38,487.24에 마감하며 연초 대비 15.01% 상승했다. 같은 기간 0.25%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물론이고 5.09% 오른 미국 나스닥지수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증권가는 단기간 급등에도 불구하고 엔저 지속과 정부의 증시 부양책 효과로 당분간 일본 증시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올 연말 닛케이225지수가 40,0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日 종목은 통상 100주 단위로 매매 가능
국내 주요 증권사는 대부분 일본 주식을 국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운용하고 있다. 주식 계좌가 있는 한국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해 해외 주식 거래 약정을 맺으면 즉시 일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환전하지 않아도 원화를 증거금 삼아 일본 주식을 매매하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증거금에 엔·원 환율을 적용한 금액의 95%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원·엔 환율이 1000원=100엔이고 증거금으로 100만원을 넣은 경우, 일본 주식을 9만5000엔만큼 매수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투자자가 엔화를 직접 이체받거나 HTS·MTS 내에서 엔화로 환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환전할 때는 증권사별 우대 환율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한국과 일본 간 시차가 없어 증시 개장시간이 비슷한 것도 장점이다. 일본 증시도 한국시간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다만 도쿄증권거래소의 폐장 시간이 한국거래소보다 30분 빠르고,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점심시간 휴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에는 한국에 없는 독특한 ‘최소 매매단위’ 시스템이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1주만 매매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본 종목은 통상적으로 100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종목에 따라 최소 매수 단위가 100주가 아닐 수도 있으니 매매하고 싶은 종목이 있으면 미리 이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 종목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는 1주 또는 10주가 일반적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투자자가 정해진 단위 이하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10주만 매도하고 싶다”고 하면 이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브로커를 찾아 주식을 처분해주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매도만 가능하고 매수할 수는 없다. 이때 적용되는 수수료 역시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곳이 많다.
거래세 미부과하지만 증권사 수수료 높아
일본 주식 매매에 수반되는 세금은 한국 주식보다 약간 저렴하다.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에 대해 매매대금의 0.03%, 코스닥시장 종목은 0.18%가 증권거래세로 원천징수(매수·매도 합계)되는 것과 다르다. 양도소득세는 일본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매매할 때와 차이가 없다.다만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율은 국내 주식보다 일본 주식에 높게 적용된다. 일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는 일본 주식에 대해 일반적으로 온라인 기준 0.3%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오프라인 거래 시 수수료율은 0.5%까지 올라간다. 국내 주식은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대부분 0.05% 이하를 부과하는 것과 다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일본 주식 ETF’에 투자하는 것과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일본 주식 ETF’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 증시에서는 국내에서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테마 ETF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ETF, 일본 관광레저 ETF 등 국내에 상장돼 있지 않은 종목이 많다”며 “다만 시가총액이 너무 작은 ETF는 거래량이 적어 매수·매도 호가 격차가 클 수 있고, 이 때문에 원활한 거래가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환헤지를 한 ETF를 매수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국내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는 34.8%가 환헤지가 되는 상품이다. 대표지수 ETF는 환헤지 상품 비중이 66.7%까지 올라간다. 다만 환율 변동성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향후 엔화 가치가 올라간다면 환헤지 비용이 투자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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