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만적 독재' 본성 또 드러낸 러시아 나발니 의문사

입력 2024-02-18 17:52   수정 2024-02-19 07:0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반정부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악명 높은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하고, 그 이후 벌어진 사태들은 전체주의 독재 정권의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당국은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뺌 하나 정황을 보면 믿기 어렵다. 나발니 측근은 그가 최근 건강 상태가 좋았다는 점을 들어 살해설을 주장하고 있다. 시신의 소재도 확인이 안 되고, 그가 사망하기 전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교도소 CCTV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감안하면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나발니는 두 번이나 독극물 테러를 당해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푸틴 집권 이후 독살 등 온갖 수법의 의문사가 잇달았다. 용병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푸틴의 측근이었다가 무장 반란으로 ‘반역자’로 찍힌 지 두 달 만에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체첸 주민 학살을 폭로한 언론인, 야권 지도자 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해외에서 ‘반푸틴’ 인사들이 목 졸려 살해당하고, 독극물이 든 홍차를 마시고 숨지는 사건도 잇따랐다. 정적 제거를 뜻하는 ‘푸틴의 홍차’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 살상도, 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원전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전체주의 공포정치는 러시아뿐만 아니다. 북한 김정은은 이복형을 독살하고,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처형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집권 이후 관료, 기업인, 연예인들이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추거나 밀실에 갇혔다. 이들에게 세습 종신 집권,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 손에 핵을 쥐고 공포정치를 일삼는 불가측한 독재자들을 언제까지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게 우리의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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