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제도 도입 후 스코프3 수준의 공시 면제 기한을 3년으로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첫해에만 공시 요건에서 빼주는 국제 기준안에 비하면 어느 정도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 여러 제조 시설을 거느린 만큼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국내 대기업의 요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코프3 범위는 국내외 생산기지와 제품 유통망, 협력업체까지 아우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 기준은 국제 표준인 GHG 프로토콜을 원칙으로 삼을 전망이다.
ESG 공시 의무 범위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자의적인 판단을 최대한 줄이되 기업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절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지배 기업이 종속 기업의 중요도를 판단해 기후 관련 공시를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ESG 공시 도입 시점이다. 당국은 당초 2025년이던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룬 바 있다. 국내 기업은 2029년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EU에 진출한 역외국가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해가 이때여서다. 2029년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별도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ESG 관련 데이터 취합·검증, 대응 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시간을 달라는 의미다.
EU보다 먼저 규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과학 분야 학술지인 사이언스는 기후 공시 의무화가 이뤄지면 기업 이익이 평균 44%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가장 많은 130%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이익 감소 예상치는 46%로 인도네시아(90%), 인도(79%), 멕시코(67%), 중국(56%), 남아프리카공화국(51%) 뒤를 이었다. 선진국 중에선 기후 공시로 인한 손실 가능성이 가장 큰 셈이다. 저자는 세계 1만5000여 개 상장사를 조사했는데 탄소 가격을 t당 190달러, 기업의 ‘스코프1(직접배출)’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다. 공시 의무를 스코프3로 확대한다면 이익 감소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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