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졸업생이 강제 퇴장당한 일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했단 이유로 소위 입틀막,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 사건을 '백골단'에 비유했다.
이 대표는 "대학 다닐 때 공포스런 장면 하나 있다. 소위 사과탄 가방을 멘 백골단이었다.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며 "사과탄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백골단은 1980년대, 90년대 시위나 파업 농성 현장 등에서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며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조직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입법권까지 그들 손에 넘겨주게 되면 정의와 상식 다 무너진 그야말로 절대왕정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심하게 우려된다"며 "경제 파탄이 계속되고, 국민 입 틀어막히고 귀도 막힐 거다.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질식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권의 공세가 '적반하장식 행태'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경호원을 백골단에 비유하고 윤석열 정부를 과거 독재정권에 비유하는 등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권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이 있는 곳에서 소란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나자 녹색정의당과 민주당은 즉각 대통령 비난 논평을 내고, 17일에는 몇몇 카이스트 동문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회견은 민주당 광명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인 김혜민 씨와 민주당 영입 인재 6호인 황정하 박사 등이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소란을 피우다 끌려 나간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사건을 거론하며 "(그때와) 똑같은 적반하장식 행태"라며 "강 의원이나 신 대변인은 해당 행사의 구성원이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중요 행사를 망치는 것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사 방해 행위일 뿐"이라며 "야당들이 대통령 행사에서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소란 행위를 벌여 경호처 대응을 유도하고 이에 대해 유신정권이니 백골단이니 하는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행태가 떠오른다는 국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생인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난하며 소리를 지르다 입을 틀어막힌 채 강제 퇴장당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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