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가가 치솟고 있다. 10년 9개월만에 주당 4만원 선을 넘었다. '저PBR' 지주사 프리미엄에 인공지능(AI) 신사업 등 성과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KT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전일대비 6.97% 오른 4만2200원에 장을 마감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1년 1월 이후 13년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KT 주식이 주당 4만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201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6일 10조원을 돌파한 KT 시가총액은 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10조8700억원 가량으로 불어났다.
KT 주가는 10년 가까이 3만원대 '박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본업인 통신업은 내수 한계에 확 성장할 여지가 적어서다. 통신 가입자 수는 국내 인구 수에 직결된다. 통신3사 신규가입자 수는 2019년 말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년간 KT 주가 상승폭은 28.46%에 달한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신규 사업에서 성과가 나고 있어서다.
KT는 최근 수년간 AI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AI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아우른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해 AI 풀스택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엔 올초까지 총 665억원 규모 투자를 벌이기도 했다.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통해선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서비스(HAC)’ 등을 운영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기업에 빌려주는 서비스다.
AI 확산세에 매출도 늘고 있다. KT클라우드의 작년 매출은 6783억원으로 전년대비 57% 급증했다. KT는 작년 연결 기준 연 매출 26조3870억원을 기록했다. 1998년 상장 이후 최대치다. 올해는 기업용 맞춤형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주가상승세는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와 지주사 종목 인기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오는 26일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저PBR주의 기업가치 상승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주가 제고 방안을 강구하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KT는 옛 전화국 부지와 기지국 등 부동산·설비자산이 많아 PBR이 낮은 대표적 종목으로 꼽힌다. 이날 기준 KT의 PBR은 0.62배로 자산가치가 시가총액의 60%를 간신히 넘는다.
KT는 최근 부쩍 주주환원책을 늘리고 있다. 올 1분기부터는 분기배당을 실시한다. 작년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196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금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이 금액은 보장할 것이란 게 KT의 방침이다. 지난 8일엔 자사주 71만5985주(시가 기준 271억원어치)를 매입한 후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KT클라우드는 두자리수 매출 성장을 하고 있어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KT는 통신업을 둘러싼 노이즈(잡음) 디스카운트를 상쇄할만한 요인을 통신 3사 중 가장 많이 가진 회사"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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