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학생이 서울에서 재수한다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 숙식까지 학원에서 해결하는 기숙학원의 월 비용은 400만원이 넘는다. 기숙학원이 아니라 일반 재수학원에 다니더라도 학원 근처 원룸이나 오피스텔 월세로 100만원은 내야 한다.
재수하기로 결정한 자녀를 둔 학부모가 ‘징역 10개월에 벌금 4000만원 형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농담이 아니다. 사립대 4년 등록금이 평균 3000만원이니 재수만 안 해도 대학 4년 등록금을 버는 셈이다.
그런데도 재수생은 늘어만 간다. 작년 11월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 중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한 사람이 15만7368명으로 전체의 35.4%였다. ‘현역(고3 재학생)’ 대 재수생 비율이 대략 2 대 1이니 동년배 학생의 절반가량은 재수하는 것이다. 올해는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재수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위 그룹(그룹 5)엔 서울대를 비롯해 서울 상위권 대학과 교대 등 16개가 포함됐다. 그룹 4(16개)엔 서울 중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일부가 들어갔다. 최하위인 그룹 1의 49개 대학은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었다.
그룹 5 대학 출신은 그룹 1보다 25~59세에 걸쳐 평균 30% 정도 높은 임금을 받았다. 40~44세엔 격차가 50.5%까지 벌어졌다. 그룹 5와 그룹 4 간에도 전 생애에 걸쳐 5~15%의 임금 격차가 있었다.
논문은 출신 대학에 따른 임금 격차를 금액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 평균 연소득은 20대 2880만원, 30대 4332만원, 40대 4968만원, 50대 4656만원이다. 최상위 대학 졸업자의 연봉이 평균치보다 30% 높다고 가정하면 평생 4억원 넘게 더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수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인지 몰라도 재수생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일부에선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재수를 꼽는다. 대학 입학이 늦어져 취업과 결혼, 출산도 줄줄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엔 이미 작년 12월부터 원룸, 오피스텔 등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재수생이 몰린 영향이다. 재수 필수 사회의 씁쓸한 풍경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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